수출이 '제2의 중흥기'를 맞고 있다.


지난달 수출은 257억1000만달러에 이르러 9월에 이어 두달 연속 월간 기준 사상 최고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한 수출 증가율이 13.4%에 이르고 있으며 올 한해 수출증가율도 두자릿수에 안착할 것이 확실시된다.


지난 2003년과 2004년에 이어 3년 연속 두자릿수 수출 증가율이 이뤄지는 것이다.


이는 3저 호황기였던 지난 1986∼88년에 버금가는 기록이다.


이에 힘입어 경제도 빠른 속도로 회복될 것이란 기대가 무르익고 있다.


이 같은 수출 호황을 장기간 이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기술 경쟁력 확충이 관건이라고 지적한다.


미국 일본 등 선진경제권과 중국 인도 등 거대 후발경제권의 틈바구니에서 생존을 가능케 하는 것은 기술력 배양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현실은 반대로 돌아가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한국의 생산성은 미국과 비교해 오히려 후퇴했다.


실질부가가치 기준으로 계산한 국내 제조업의 노동생산성은 지난 1990년 미국 대비 32.6%에서 2002년엔 31.6%로 뒷걸음질친 것이다.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은 더 떨어진다.


1990년 45.6%에서 2000년 26.4%로 추락했다.


산업연구원은 "기술력은 높아지지 않고 임금만 올라가다 보니 생산성 격차가 더 벌어진 것"이라며 "기술 개발과 생산공정 혁신이 무엇보다 절실한 과제"라고 진단했다.


산업기술재단이 내놓은 '한국과 중국의 기술력 격차'보고서는 더욱 충격적이다.


5년 뒤 주력 품목에서 한국과 미국의 기술력 격차가 사실상 사라질 것이란 내용 때문이다.


디지털TV MP3플레이어 DVD플레이어 등 디지털가전은 현재 중국과 기술력 차이가 1년 반∼2년 정도지만 2010년이면 디지털TV와 DVD플레이어는 차이가 없어지고 MP3는 1년 정도만 앞설 것으로 평가됐다.


철강이나 자동차부품 등은 2010년이면 중국의 추격권 안에 들어올 것으로 평가됐으며 건설기계 남성의류 등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으로 바뀔 것으로 관측됐다.


5년 뒤 중국에 비해 기술경쟁력 우위를 확보하지 못하게 되면 중국의 낮은 인건비 등으로 인해 산업경쟁력은 뒤처지게 될 것으로 산업기술재단은 분석하고 있다.


기술무역의 적자규모도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과학기술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술무역은 수출이 14억2000만달러에 불과한 데 반해 도입은 41억5000만달러에 이르렀다.


적자폭이 27억3000만달러에 달한다.


기술무역 적자는 2001년 20억2000만달러에서 2002년 20억8000만달러,2003년의 24억2000만달러 등으로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부도 이러한 상황을 인식,향후 10년간 산업발전 전략을 중국 등 후발 거대경제권과의 기술력 격차 확대 및 차별화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은 "첨단 제조업의 선택과 집중,IT(정보기술) BT(바이오기술) NT(나노기술) 등의 융합으로 추격권에서 벗어나는 것만이 살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2015년 1인당 3만5000달러의 소득도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14일 과천 기술표준원에서 열리는 제9회 신기술 실용화 촉진대회는 우리 경제의 당면 과제인 기술 자립의 의미를 되새기고 기술력 배양을 다짐하는 자리다.


이 행사에선 35명의 유공자 및 36개의 유공기업이 정부포상을 받게 된다.


이들 기업인과 기업들은 단순히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이유로만 상을 받는게 아니다.


신기술 개발을 통해 '수출 한국호(號)'를 이끌고 있는 '항해사'로의 공로를 인정받아 큰 상을 받게 된 것이다.


산자부에 따르면 신기술(NT) 우수품질(EM)제품의 수출은 2003년 1121억원에서 지난해 1601억원으로 늘어나 상당한 수입대체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앞으로 우리 사회가 기술인,기술기업 경영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알려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