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동포를 생각하는 옥수수죽 만찬에 참석해서


떨리는 숟가락으로 심각하게


옥수수죽 한 그릇을 다 먹고 집에 돌아와


다시 저녁을 먹는다


북한에서는 옥수숫대까지 한꺼번에 갈아


죽을 끓여 먹는다는 이야기를


중학생 막내아들에게 하면서


그것도 못 먹어 굶어죽기까지 한다는


이야기를 되풀이하면서


쌀밥 한 그릇을 다 비운다


나는 그런 놈이다


-정호승 '옥수수죽 한 그릇' 전문



아무리 밥을 적게 먹는 사람도 옥수수죽 한 그릇으론 배가 채워지지 않는다.


시인은 북한 동포들의 배고픔을 직접 체험해 보려는 생각을 갖고 만찬장으로 갔을 것이다.


굶주림이 실제로 어떤 의미인지 확실하게 경험했으나 고픈 배는 어쩔 수 없어 집에 오자마자 밥 한 그릇을 다 먹었을 테고….말하자면 생각 따로,몸 따로 놀았던 셈이다.


그러나 잠시 후 치열한 반성이 뒤따른다.


참 솔직하고 인간적인 내용이다.


시인은 자신을 희화화함으로써 표리부동한 행동을 하고도 시치미 뚝 떼곤 하는 못된 세태를 아프게 꼬집고 있다.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