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예측기관들이 내놓은 2006년 세계경제 전망을 보면 성장이 다소 둔화되면서 물가는 성장보다 더 떨어지는 이른바 '하이퍼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우려돼 주목된다.


요즘처럼 과잉공급 시대에 있어서는 성장둔화에 따라 상품수요가 조금만 줄어들 경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가격파괴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하이퍼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다.


실제로 최근 선진국의 물가는 같은 성장률대에서 종전에 비해 평균 1%포인트 이상 낮다.


개도국의 물가도 60년대 이래 최저수준이다.


이번에 미국 등이 금리를 올리는 것은 인플레에 문제가 있어서라기보다 자산부문에 낀 거품을 해소하려는 목적이 강하다.


지금까지 디플레를 타개하기 위한 경제처방으로 인플레 타기팅 정책이 꾸준히 논의돼 왔다.


특히 이 정책을 강력히 주장해온 벤 버냉키가 디플레 우려가 제기되는 내년 2월 이후 차기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에 내정됨에 따라 이제는 논의차원이 아니라 실제로 도입되느냐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인플레 타기팅 정책이란 물가안정에 책임을 지고 있는 중앙은행이 물가목표치를 정해 물가가 이보다 낮으면 금리를 내리고,반대로 물가가 목표치보다 높으면 금리를 올려 물가를 안정시키는 정책을 의미한다.


일종의 '자동화된 규칙(automatic rule)'에 의한 물가관리정책으로 중앙은행의 재량적인 여지마저 줄이겠다는 것이 이 정책의 핵심이다.


인플레 타기팅을 도입하면 중앙은행의 신뢰성뿐만 아니라 통화정책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인플레를 타기팅할 경우 인플레 위험을 미리 차단할 수 있고,물가가 목표수준 아래로 내려갈 경우 금리인하로 디플레 위험을 막을 수도 있어 물가안정이라는 중앙은행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인플레 타기팅은 단점도 많이 안고 있다.


무엇보다 어떤 물가지표를 인플레이션 지정목표로 선택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대부분의 중앙은행들은 소비자물가와 핵심소비자물가지수(Core CPI)를 사용하고 있는 반면 FRB는 민간소비지출(PCE) 디플레이터와 핵심민간소비지출(Core PCE) 디플레이터를 중시하고 있다.


따라서 선택된 물가지표에 따라 인플레이션 양상이 다양할 수밖에 없으며, 지표 간 차이로 인해 같은 상황을 놓고 인플레와 디플레에 대해 서로 다른 해석을 내리기도 한다.


한 나라 경제에서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인플레 타기팅은 오히려 중앙은행의 경기침체에 대한 대체능력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이 그 대안으로 '비밀 타기팅(stealth targeting)'을 채택할 것을 제안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물론 인플레 타기팅을 도입한 국가의 경우 외부 충격시 적절한 대응을 허용하는 '회피조항'을 두고 있지만 아무리 완화된 것이라 하더라도 공식적인 목표를 제시하는 인플레 타기팅은 중앙은행 총재들이 현재 누리고 있는 만큼의 충분한 재량을 허용하지 않는다.


결국 디플레의 타개책으로 인플레 타기팅제도가 급부상하고 있으나 당장 도입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현재로서 최선의 대안은 종전처럼 중앙은행 총재와 금리결정기구의 재량에 따라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방식이 아닌가 생각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