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플라자] APEC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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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봉 < 태평양경제협력委 사무국장 >
21개국 정상들이 모여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경제협력을 논의하는 APEC 정상회의가 18,19일 양일간에 걸쳐 부산에서 개최된다.
APEC을 통해 정치ㆍ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과 APEC이 지금까지 뚜렷한 가시적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는 실망감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APEC에 대한 오해가 무엇인지,APEC으로부터 어떠한 종류의 실질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를 차분히 생각해 봐야 한다.
APEC에 대한 오해 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시장개방에 대한 부담감이다.
89년 설립 이래 APEC은 무역과 투자의 자유화를 꾸준히 추진했으나 우리나라를 비롯해 자유화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국가들은 이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APEC은 WTO와는 달리 협상을 통해 시장개방 의무를 부과하지 않고 회원국 간 협의를 통해 컨센서스를 이뤄 나가기 때문에 APEC이 추진하는 자유화를 지나치게 부담스러운 시각으로 바라 볼 필요는 없다.
폐쇄적인 경제운영방식보다는 개방적인 체제가 우월하기 때문에 자유화를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당장 APEC이 우리나라의 시장개방을 강요한다는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는 것이다.
APEC이 지난 16년 동안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는 실망감도 불필요한 오해에 기인한다.
통관절차를 개선하고 표준화를 추구함으로써 무역거래 비용을 줄여나가고 있으며 인적자원개발이나 정보통신기술부문의 협력을 통해 개도국의 경제발전을 돕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자연재해에 대한 공동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조류 인플루엔자와 같은 전염병을 효과적으로 예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APEC이 테러에 관한 공동 대응을 추진한다고 해서 미국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APEC에서는 군사협력과 같은 테러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 방안을 논의하지 않는다.
테러 때문에 무역이 위축되거나 국제거래 비용이 증가하는 현상을 막기 위한 협력이 추진될 뿐이다.
우리 무역과 투자에서 APEC 회원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70%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해 볼 때 APEC 회원국과의 거래에 수반되는 비용을 줄여나가는 것은 우리의 국익과 직결된다.
부산 정상회의를 통해 외교적 위상이 강화될 것임은 자명하다.
우리 대통령이 정상회의의 의장 역할을 하고 우리나라가 정한 주제를 놓고 정상들이 진지한 토의를 벌일 것이므로 우리 외교적 역량은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비약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초고속 무선 인터넷 같은 발전된 정보통신기술과 한류로 일컬어지는 문화적 우수성을 보여줌으로써 국가 이미지를 높일 뿐 아니라 경제적 실익을 확보하게 된다.
한편 부산이라는 도시에 전 세계 언론의 이목이 집중됨으로써 부산은 향후 투자 유치나 물류 중심지로의 도약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동북아시아의 역동성과 경제적 잠재력을 고려해 볼 때 부산의 부상은 우리 경제 전체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하다.
APEC에는 상당수의 양자회담이 따르는데 이를 잘 활용한다면 북한 핵 문제의 해결이나 무역마찰 감소와 같은 현실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우리는 중국과 대만을 APEC에 동시 가입시켰고 초창기부터 APEC의 운영방식 확립을 주도하는 등 적극적인 기여를 해왔다.
또한 APEC 교육재단을 설립 운영해 역내의 디지털 격차를 완화시키는 노력도 해왔다.
경제부문의 협력은 물론 정치 외교 부문에서의 협력도 추진되는 현 상황에서 부산 정상회의는 APEC 발전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며 이의 성공적인 개최야말로 APEC에 대한 우리의 역사적인 기여로 기록될 것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손님맞이에 차질이 없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