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타계한 피터 F 드러커 교수는 20세기 경영학의 새로운 틀을 만들어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렸다.


그는 정보화 혁명이 시작되기 이전에 지식과 정보가 핵심이 되는 미래 사회가 도래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전 경제학과 마르크스 경제학에서 가치의 생산 수단으로 중요시해 왔던 자본과 노동 대신 지식이 미래 사회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반세기 가까이 앞서 정보화 사회의 핵심을 꿰뚫은 탁견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는 저명한 경영학자 중 처음으로 거대 기업들에 "노동자를 기계 부품이 아닌 인간으로 대우하라"고 외친 인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지식의 가치를 중시하고 노동자의 재교육과 인성화한 생산 방식을 강조한 그의 '지식경영론'은 후에 인텔 같은 미국 대기업들에 의해 널리 받아들여졌다.


이로 인해 일부에서는 그를 '우리시대 최초의 경영사상가'로 평가하기도 한다.


그는 실천하는 경영학자였다.


어떤 특정한 경제 이론이나 경영 기법을 만들어내기보다는 현장에서의 작업을 역사적인 맥락에 대비시켜 새롭고 자유로운 형태의 경영을 찾아냈다.


90번째 생일 날 "나는 기계나 건물이 아닌 사람을 주목했다"는 단순 명료한 말로 자신의 성과를 표현했다.


명철한 판단력과 매력적인 분석법으로 수많은 세계적 기업의 경영 컨설턴트로 활약하기도 했다.


드러커 교수는 90년대 후반 미국 경제를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는 '신경제'에 관해 일반적인 견해와 다른 의견을 밝혀 주목을 끌기도 했다.


그는 2000년 1월1일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경제성장을 지속시킬 수 있는 묘약으로 평가받았던 신경제는'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신경제가 끝없이 계속될 것으로 해석한다면 그런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드러커 교수는 1830년대 유럽이 철도경기 붐으로 호황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얼마 안돼 처참하게 꺾였다며 1860년대의 경기붐도 1870년대 빈 증시의 폭락으로 마감됐다는 역사적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7년이나 10년 정도의 경기 호황이 이어지는 것은 전례없는 일이 아니라며 90년대의 신경제가 끝없이 지속될 것 같은 환상을 경계했다.


그는 다만 미국은 물론 세계의 이코노미스트들이 알게 모르게 과거의 이론에 묻혀 있다며 그것을 대체할 새로운 경제 이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드러커 교수는 1909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났다.


독일 함부르크 대학과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법학과 경영학을 공부했으며 지난 37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42년부터 71년까지 버몬트 주 베닝턴 대학과 뉴욕대학에서 교수로 이름을 날렸다.


71년부터 2003년까지 캘리포니아주 클레어먼트대 사회과학 및 경영학부 석좌교수를 지냈다.


1939년 첫 번째 저서인 '경제인의 종말'을 발표한 뒤 94세이던 지난해까지 35권의 저서를 남기는 등 왕성한 저술활동을 폈다.


주요 저서로는 경제인의 종말,산업인의 미래,새로운 사회,단절의 시대,미래기업,자본주의 이후의 사회,21세기 경영의 도전들 등이 있다.


그는 96세까지 장수한 건강 비결에 대해 두 가지를 들었다.


하나는 모친이 91세까지 산 유전적 요인이고 두 번째는 스트레스를 사랑하는 일중독이 자신의 건강을 지켜줬다는 것이다.


유족으로는 부인 도리스와 네 명의 자녀가 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