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현 전 주미대사가 지난 12일 오후 귀국함에 따라 '안기부 X파일'수사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국가정보원(옛 안기부) 도청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은 이번주 초 홍 전 대사를 피고발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키로 했다. 정치권은 검찰의 X파일 수사가 향후 정국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검찰 조사=검찰 관계자는 13일 "수사팀 전원이 출근해 관련 자료 등을 충분히 검토하고 있다"며 "홍 전 대사측과 소환 일정을 조율하고 있으며 14일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홍 전 대사를 상대로 1997년 대선 당시 여야 후보측에 삼성의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하고 전·현직 검찰 간부들에게 명절 떡값을 제공하는 내용이 담긴 '안기부 X파일' 녹취 내용의 사실 여부 등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홍 전 대사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한 뒤 이건희 삼성 회장에 대한 조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홍 전 대사는 귀국 직후 "검찰에 나가서 상세하게 진술하겠다"며 검찰조사에 적극적으로 응할 뜻을 내비쳤다. 그는 또 "지난 몇 달간 참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며 "도청 및 X파일사건이 원만히 해결돼 우리 사회가 과거를 딛고 밝고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는 데 밑거름이 된다면 개인적인 아픔과 시련도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미 참여연대 관계자를 상대로 고발인 조사를 마쳤으며 X파일의 다른 등장인물인 이학수 삼성 부회장,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동생 이회성씨 등 피고발인에 대한 조사도 모두 끝냈다. ◆정치권 입장=여야 모두 "홍 전 대사는 검찰에서 모든 것을 사실대로 밝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지만,한나라당은 X파일 수사로 야당에 불리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을 경계하면서 공정한 수사를 강조했다. 열린우리당 전병헌 대변인은 "홍 전 대사가 검찰에 나와 대선자금이건 뭐건 숨기지 말고 국민적 의혹에 대해 남김 없이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은 "X파일 수사가 급물살을 타겠지만 검찰이 제대로만 수사한다면 생각지도 않은 것이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며 "일각에서는 X파일 수사가 한나라당에만 불리할 것이라고 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김병일·양준영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