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체들이 해외 건설 전문인력의 부족으로 애를 태우고 있다.


유가 급등 이후 중동지역 등으로부터 공사 물량이 대거 쏟아지고 있으나 전문 기술인력 공백 으로 수주를 극대화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


이에 따라 건설업체들이 초대형 해외 공사 수주를 어쩔 수 없이 포기.축소하거나,시급한 필요인력을 조달하기 위해 국내 업체끼리 인력 빼오기 경쟁을 벌이는 일까지 나타나고 있다.




◆수주 축소에 입찰 포기도 잇따라


올해 해외 건설 수주 물량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110억달러를 웃돌 것으로 예측된다.


석유·가스 관련 플랜트공사가 대부분인 중동지역의 공사 물량이 전체의 59%(10월)에 달한다.


요즘 해외 건설 프로젝트에서는 입찰 단계 때부터 설계 등 전문인력이 확보돼야 한다.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입찰 참여 자체에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지난 상반기 한 대형 건설업체가 5억~7억달러 규모의 정유시설 입찰을 포기했던 것도 플랜트 설계 및 공사관리 등에 필요한 전문인력 10여명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 들어 건설업체들이 인력 부족으로 선별적 축소 수주에 나서면서 중동지역에서 놓친 일감이 20억달러는 족히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현대건설 김종호 해외건설 담당 상무는 "올해 25억달러를 수주해 최고 기록을 세웠지만 내년에는 인력 문제를 감안해 22억달러 정도로 낮춰 잡았다"며 "공사 품질과 수익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차라리 수주 물량을 축소하는 것이 나은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도 "필리핀 태국 등에서 기술인력을 충원하고 있지만,인력 부족을 해소하지 못해 신규 수주에 제약이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국내 업체 간 인력 쟁탈전에 불화까지


해외 전문 기술인력 부족이 심화하면서 이란 등 중동 현지에서는 H·D·S건설 등 대형 업체 간 '인력 빼내기'가 가열되고 있다.


당장 공사를 수행하는 데 일손이 달리는 탓에 웃돈을 미끼로 경쟁업체의 인력을 빼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불화도 심해지고 있다.


이 같은 인력 스카우트 전쟁은 내년에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올해 수주한 해외 건설공사들이 내년부터 속속 착공에 들어가면 필요한 인력이 더욱 늘어나기 때문이다.


건축·주택 분야 기술인력도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주택업체들이 작년부터 베트남 카자흐스탄 중국 등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동일토건 김격수 이사는 "지난해 카자흐스탄에서 대규모 주택단지 개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현지 사정에 밝은 건축·사업관리 등의 전문가가 없어 사업 진행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밝혔다.


◆인력 부족 심화 전망


최근의 기술인력 부족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건설업체들이 해외 인력을 급격히 축소시킨 게 가장 큰 원인이다.


당시 상당수의 업체들은 해외 건설 관련 부서를 아예 없애기도 했다.


해외 시장 진출이 활발했던 동아건설 등이 사라진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곽동훈 쌍용건설 해외토목팀 부장은 "외환위기로 해외건설팀을 크게 줄였다 다시 늘리는 추세지만 인력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며 "외국 기술자들의 손을 빌리거나 신규 직원 채용 등으로 상황에 대처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건설업계의 해외 건설인력은 3800여명 정도인 것으로 집계됐다.


분야별로는 플랜트 859명,토목 256명,건축 220명,기타 705명 등이다.


하지만 수주 물량이 늘면서 주요 업체 7곳에서만 지난 상반기 중 481명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3년 동안 1300명 이상의 기술인력이 부족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유준규 회장은 "요즘 해외 건설공사는 과거 70~80년대처럼 수백명의 단순 노무인력을 동반하지 않고 전문 기술인력 10여명이 1억달러짜리 공사를 관리하는 기술집약형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국내 건설업체들이 외국 업체와 경쟁하려면 고급 기술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