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기업을 설립하는 것보다는 M&A를 통해 신규 사업에 진출하는 게 낫다.' 기업 인수.합병(M&A)이 기업 성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올랐다. 투자 리스크(위험)를 줄이면서 수익 창출과 기업 성장을 추구할 수 있는 효율적 수단으로 M&A가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견기업은 물론 대기업도 너나없이 M&A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14일 공정거래위원회와 재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M&A 건수(사고 파는 기업 중 어느 한 곳의 자산이 1000억원 이상인 경우만 집계)는 2003년 576건,13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691건,16조2000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올 들어서도 10월22일까지 427건(하루 1.4개꼴)의 M&A가 이뤄졌다. 자산 1000억원 미만인 기업까지 합칠 경우 실제 M&A 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M&A 건수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기업들이 M&A를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투자 및 경영기법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성장형 M&A(M&A For Growth)'이다. 실제 상당수 대기업이 올 들어 M&A로 계열사수를 늘리거나 전담팀을 만들어 M&A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동국제강의 경우 50년간 이어온 철강업 위주의 굴뚝기업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탑솔정보통신과 DK유아이엘(옛 유일전자) 등 정보기술(IT) 기업을 잇따라 사들이고 있다. LG에서 분가된 GS그룹도 M&A를 통한 몸집불리기로 성장전략을 설정했다. 적극적인 M&A를 통해 2010년까지 재계 5위권에 진입한다는 것이 허창수 회장의 구상이다. LS전선도 진로산업 등 7개 기업을 M&A를 통해 사들였다. 특히 중견기업의 발걸음은 더 빠르다. 대한전선은 무주리조트와 쌍방울을 인수한 데 이어 또다른 M&A 대상을 물색 중이다. STX는 STX조선(옛 대동조선)과 STX팬오션(옛 범양상선)을 잇달아 인수,해운조선전문그룹으로 몸집을 키웠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