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세계적 휴대폰용 칩셋 개발업체인 미국 퀄컴사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가공) 공급 계약을 포함한 전략적 제휴를 맺는다.

이는 세계 1위 메모리반도체 업체와 세계 최고 휴대폰용 반도체 팹리스(Fabless:반도체 설계전문회사) 업체 간 제휴라는 점에서 전 세계 관련 업계의 주목을 끌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14일 "시스템LSI(비메모리 반도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최근 세계적인 팹리스 회사 3∼4곳을 대상으로 파트너를 물색한 끝에 퀄컴과 계약을 맺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퀄컴과는 단순한 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넘어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는 것"이라며 "올해 안에 계약을 맺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퀄컴은 무선이동통신 표준인 '부호분할다중접속(CDMA)'의 원천 기술을 갖고 있는 등 휴대폰용 반도체 칩 개발에 있어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팹리스 업체다.

삼성전자는 퀄컴과 계약을 맺게 되면 경기도 기흥에 있는 시스템LSI 라인인 'S라인'을 통해 휴대폰용 칩셋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다.

아울러 퀄컴과 차세대 휴대폰용 칩셋 등 관련 기술 및 제품 개발을 공동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퀄컴과의 제휴에 따라 D램 낸드플래시에 이어 시스템LSI 사업 경쟁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기존 '메모리반도체 위주'의 사업 구조를 '메모리-비메모리 동반 성장' 구조로 바꿔 반도체 사업의 장기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최근 열린 '삼성 애널리스트 데이'에서 오는 2010년까지 집중 육성할 '8대 차세대 성장엔진' 중 하나로 시스템LSI 사업을 선정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앞으로 퀄컴 외에도 미국의 그래픽칩셋(휴대폰과 게임기 등에 사용되는 반도체) 전문업체인 엔비디아 등 상위 20%의 기술력을 갖춘 팹리스 업체들과 기술 개발을 위한 협력관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