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 퀄컴과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는 것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D램과 낸드플래시 사업 외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비메모리(시스템LSI) 부문의 경쟁력을 높임으로써 궁극적으로 반도체 사업 분야에서 양 날개의 성장 축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특히 제휴 상대사인 퀄컴은 세계 최고의 휴대폰용 반도체칩 설계 업체로서 삼성전자에도 상당한 규모의 반도체 칩을 공급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삼성전자가 향후 시스템LSI 분야 기술을 개발하고 축적하는 데 최적의 사업 파트너라는 평이다. 퀄컴측도 반도체를 설계하는 데 삼성전자의 첨단 기술력을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파운드리 사업 구조의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해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효과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퀄컴과의 협력 왜 추진하나 삼성전자는 현재 D램의 경우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점유율 30%,낸드플래시는 60%가량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메모리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하지만 비메모리 사업 부문에서는 디스플레이구동칩(DDI) CMOS이미지센서(CIS) 등 일부 품목에서만 1위를 차지하고 있을 뿐 전체적으로는 세계 정상권에 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퀄컴은 삼성전자에 '매력적인' 비메모리 사업 파트너라고 할 수 있다. 퀄컴은 국내에는 무선이동통신 표준인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원천 기술을 보유한 회사로 잘 알려진 업체이지만 동시에 CDMA 기술을 토대로 한 휴대폰용 반도체 칩을 설계,전체 매출의 60%를 올리고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팹리스 업체이기도 하다. 지난해의 경우 전체 매출 5조4000억원 중 64%인 3조4000억원이 반도체 칩 설계를 통한 매출이었다. 삼성전자는 일단 퀄컴과 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맺은 뒤 퀄컴의 제품을 수탁 생산할 예정이다. 나아가 삼성전자는 퀄컴과 3세대 이상 휴대폰에 쓰이는 칩셋을 공동 개발하는 등의 전략적 협력 관계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단기간에 비메모리 부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상위 20%의 기술력을 갖춘 하이엔드(고가·고급) 제품을 개발하는 업체와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퀄컴 외에 최고 수준의 비메모리 기술력을 지닌 2∼3개 업체와도 내년 이후 협력관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생산 계획은 삼성전자는 퀄컴과 파운드리 계약을 맺게 되면 기흥에 있는 비메모리 반도체 전용 생산라인인 'S라인'을 통해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S라인은 130나노·200mm 웨이퍼 시설을 갖추고 있는 동부아남반도체 등 국내 파운드리업체 설비에 비해 생산성이 높은 90나노·300mm 웨이퍼 시설이다. 이는 세계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 TSMC와 비슷한 수준의 첨단 설비로 라인 규모는 작지만 품질 면에서는 최고 수준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삼성전자는 S라인을 통해 퀄컴이 설계한 휴대폰용 칩(MSM·Mobile Station Modem)과 RF(무선전파 수신처리 칩·Radio Frequency)를 수탁 생산할 계획이다. 생산 규모는 300mm 웨이퍼 기준으로 최대 월 1만장가량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