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에 사는 나 모씨(35)는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성인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7억1000여만원을 벌었다. 초기 화면에 성인인증이 필요하다며 휴대폰 또는 일반 전화번호를 입력하게 한 뒤 결제 대행사를 통해 1인당 3만원씩을 부과시키는 방법을 사용했다. 여기에는 네티즌의 공짜심리를 악용,회원 가입 비용이 무료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 주효했다. 야한 동영상을 공짜로 보는 대신 자신의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 사람 수만 2만4000명에 달했다. 자칫 대형사고로 번질 수 있었던 나씨의 범죄 행각이 2개월 만에 끝나게 된 계기는 인터넷 지식검색 사이트가 제공했다. 인터넷 지식 검색란에 올라오는 각종 질문에 평소 관심을 기울여 온 광주지검 소속 한 검사는 지난해 10월 '휴대폰 인증사기를 당해 억울합니다'와 같은 제목의 글들을 찾아 문제가 된 성인 사이트를 몇 개 추려냈고,이 사이트들의 실제 운영자가 나씨라는 것을 포착했다. 결국 나씨는 지난해 말 사기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인터넷 지식 검색이 검찰 수사의 중요한 단서 확보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루 평균 이용자 수가 1000만명이 넘을 정도로 지식 검색 사이트가 생활 필수수단으로 자리잡으면서 검찰도 네이버나 다음 등 주요 지식 검색사이트를 수시로 확인하며 범죄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 정보 수집을 위해 '발품'을 팔았던 검찰이 많은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에서 귀중한 정보를 얻기 위해 부지런히 '손품'을 팔고 있는 셈이다. 특히 특정 범죄를 소탕할 목적으로 수사력을 한곳에 집중하는 '기획수사'의 경우 검찰의 지식 검색 의존도는 더욱 커진다. 해당 범죄와 관련한 피해 유형과 의심할 만한 사이트나 범인들을 '중복 키워드 검색'을 통해 확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나씨의 성인인증 사기의 경우에도 처음에는 '휴대전화&인증무료'라는 중복 검색으로 수사 단서 확보에 결정적인 글을 찾아냈다. 이외에 스파이 웨어 사건에서는 '성인사이트&팝업창&링크'가,해킹의 경우 '백도어&시스템다운&속도' 등이 검찰이 단골로 사용하는 중복 검색어 목록이다. 검찰은 지식검색 외에 스팸메일에서도 수사 단서를 확보하고 있다. 일선 검사들은 자신의 e메일로 오는 각종 광고나 음란 메일을 통해 범죄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성인 사이트나 해킹 사이트 등에 대한 기획 수사 시점을 결정짓는가 하면 메일 발신자의 IP를 확인,용의자 리스트를 확보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 관계자는 "과거에는 수사 단서를 확보하려면 사건 관련자들의 진술을 직접 듣거나 전문가의 조언을 구해야 했지만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해 수사할 대상을 일부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