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하나의 한국발 통신혁명이 시작됐다." 14일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 한국식 휴대인터넷 '와이브로' 서비스 시연을 대형 화면으로 지켜본 외국 언론과 정보통신 관계자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달리는 차 안에서 와이브로 단말기(PDA 휴대폰 노트북PC)로 방송·전화·인터넷 서비스가 끊김 없이 시연되자 통신의 패러다임을 바꿀 사건이 벌어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KT삼성전자가 선보인 와이브로가 세계 통신시장에 미칠 파장은 막대하다. 우선 기존 통신 기술을 흡수 통합할 것이란 점에서 파괴력이 크다. 와이브로는 2010년께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4세대(4G)로 가기 직전인 3.5세대 기술이다. 와이브로가 상용화된다는 것은 현재 각국이 사용하고 있는 서비스가 '낡은 기술'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천기술에 따른 이익은 상상을 초월한다. 미국 퀄컴이 CDMA 원천기술로 한국 휴대폰 업체들로부터 받아간 로열티를 생각하면 와이브로 원천기술 수입을 짐작할 수 있다. 최근 3년간 퀄컴이 챙긴 기술료는 1조5000억원에 달한다. 와이브로가 세계 표준이 되면 삼성전자 등 한국 업체들은 천문학적 규모의 원천기술 사용료를 벌어들일 수 있다. 삼성은 와이브로 칩 기술과 단말기 기술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시장성도 무궁무진하다. 미국 유럽 국가들이 와이브로 기술을 사용할 가능성이 커 시장성이 퀄컴이 주도하는 CDMA를 훨씬 능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인터넷과 이동통신 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국가에는 희소식이 될 수 있다. 와이브로 이하의 기술을 거치지 않고 바로 3.5세대로 넘어감으로써 단숨에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은 최근 삼성전자로부터 와이브로 시스템을 공급받기로 계약을 맺었다. 와이브로는 국내에서도 새로운 통신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다. 내년 상반기 상용 서비스가 시작되면 칩에서 단말기 시스템과 콘텐츠에 이르기까지 전혀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진다. 삼성전자는 와이브로 상용 서비스 개시 후 6년째에 연간 7조원 규모의 시스템 및 단말기 생산,3조7000억원대의 서비스 매출이 일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와이브로는 통신생활의 패러다임도 바꾸게 된다. 와이브로는 이동 중에도 인터넷에 접속해 초고속으로 대용량 파일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기술이다. 달리는 차에서도 30~50Mbps의 속도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어 1분이면 휴대폰으로 영화 한 편을 내려받아 볼 수 있다. 낚시터 등산 기차여행 등 야외활동을 할 때도 와이브로 서비스를 이용해 영화 음악 방송 인터넷 등을 모두 즐길 수 있게 된다. 인터넷에 접속해 커뮤니티와 e메일을 관리하는 것은 기본이다. 밝은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와이브로는 기존 초고속인터넷은 물론 새로 뜨고 있는 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까지 포함하는 개념의 서비스다. 와이브로를 이용해 무선 인터넷전화 서비스까지 할 경우엔 사실상 휴대폰이나 다름없게 된다. 따라서 통신 서비스 사업자 입장에서는 와이브로의 모든 서비스를 서둘러 내놓을 필요가 없다. 이에 따라 국내의 경우 와이브로의 다양한 서비스가 순차적으로 선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현재 와이브로 사업자로는 KT와 SK텔레콤이 선정됐다. 부산=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