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인수·합병)로 사세를 키운 대표적인 기업은 옛 대우그룹이다. 삼성이나 현대가 창업 중심의 성장 과정을 거친 것과 대조적이다. 하지만 과거 대우가 인수했던 기업들은 당시로서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부실 공기업들이 주류였다. 정부가 부실을 감당하지 못해 내놓은 매물들을 '자의반 타의반'으로 떠안았던 것.김우중 전 대우 회장은 특유의 수완을 앞세워 이들 기업의 대부분을 정상화시킴으로써 작은 기업을 그룹 단위로 일구는 발판으로 삼았다. 1967년 대우실업을 창업해 불과 5년 만에 국내 최대 종합상사로 키운 김 전 회장이 M&A에 적극 나서기 시작한 때는 1973년. 김 전 회장은 우선 기업인수 작업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 단기 금융사인 동양투자금융을 사들였다. 이 금융사는 나중에 삼보증권과 합병,대우증권으로 이름을 바꾸게 된다. 대우는 또 해외 건설업에 진출하기 위해 금융업 시작과 동시에 도급 순위 604위였던 영세 건설업체를 인수한 뒤 상호를 대우건설로 바꿨다. 대우건설은 이후 승승장구,국내 간판급 건설업체로 성장했다. 중화학공업 분야에도 속속 진출했다. 1973년 동국정밀기계를 인수한 데 이어 76년 한국기계공업(대우종합기계의 전신)과 대한보일러공업,78년에는 옥포조선(대우조선해양의 전신)과 새한자동차(대우자동차의 전신) 등 대규모 기업을 인수하기에 이르렀다. ㈜대우 사장을 지냈던 장병주씨는 "대우가 M&A에 적극 나설 수 있었던 이유는 대우실업을 중심으로 한 해외 마케팅에 자신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리스크가 적지 않았지만 부실 기업들을 정상화시키는 과정에서 대우가 축적한 경영 노하우는 나중에 세계 경영을 하는 데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