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5일자) 이해할 수 없는 소득세 예산 추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 소득세 세입예산안에서 봉급생활자들이 낼 갑종근로소득세(갑근세)를 올해보다 26%나 늘렸다고 한다.
이는 전체 소득세 증가율 8.6%의 세 배나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유리지갑'의 봉급생활자만 닦달해 구멍난 세수(稅收)를 메우겠다는 얘기이고 보면 징세(徵稅) 여건이나 과세형평성의 측면에서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예산편성이다.
정부는 내년 갑근세를 늘린 이유로 명목임금이 7.2% 오를 예상이고,임금근로자 수가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봉제와 성과급 도입 확산으로 고소득층이 증가하고 비과세 감면대상 축소에 따른 세수증가도 예상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경제여건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임금인상이 이뤄질지,세금을 내는 근로자가 늘어날지 의문이다. 결국 불황 속에서 봉급은 늘지 않고 세금부담만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무리한 세수 추계(推計)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갑근세는 늘어나는 반면,자영업자나 전문직 종사자 등 개인사업자들이 주로 내는 종합소득세는 올해보다 7.6% 줄게 돼 있다.
지금도 갑근세가 매년 초과 징수되고 있음을 감안하면,정부는 개인사업자 소득에 대해서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손쉬운 봉급생활자들의 세금만 더 걷는다는 얘기다.
이러니 '봉급생활자만 봉'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정부는 더 이상 봉급생활자들의 세금부담만 늘릴 게 아니라,자영업자나 전문직종의 정확한 소득파악부터 힘쓰고,이들의 탈루(脫漏)소득을 찾아내 세금을 철저히 거둠으로써 조세형평을 달성하는데 우선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봉급생활자들에 대한 세금부담이 지나칠 경우 소비축소로 인한 내수부진을 불러 경기회복을 더 늦추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자영업자나 전문직종에 대한 정확한 과세와 세원(稅源) 발굴 노력은 소홀히 한 채 봉급생활자들의 세금만 늘리는 안이한 세무행정은 바뀌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작은 정부를 만들고 씀씀이를 줄여 국민 부담을 낮추면서 재정지출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이 경쟁력 있는 선진국형 재정운영 방식이라는 점이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갈수록 조직을 키우고 대규모 사업을 남발해 재정부담을 더 무겁게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무분별한 국책사업의 완급조절 등 방만한 재정지출의 합리화도 당장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