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에서 M&A로] (上) 외부서 신성장동력 찾는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기존 사업에 돈을 더 투자해 봤자 최대 수익을 20~30% 늘리는 데 불과하다.
그렇다고 신규 사업에 무작정 뛰어들었다간 낭패를 볼 수도 있다.
투자 리스크를 줄이고 많은 수익을 빠른 시일 내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은 M&A밖에 없다."(오남수 금호아시아나 전략경영본부장)
기업들이 M&A(기업 인수·합병)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M&A는 공장을 짓고 설비를 늘리는 직접투자 방식에 비해 절차가 번거롭지 않으면서 훨씬 안전하고 비용도 적게 든다.
새 시장에 손쉽게 진출,사업 다각화도 이룰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기존 업체와의 경쟁 구도를 한방에 무너뜨릴 수 있는 '파괴력'도 갖고 있다.
M&A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그것도 가장 짧은 기간 안에 얻을 수 있는 경영 기법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도 이런 매력 때문이다.
◆'윈윈 게임'이 된 M&A
과거의 M&A는 주로 부실 기업을 정리하는 구조조정의 성격이 짙었다.
외환위기 이후 매물로 나온 한계 기업들을 구조조정 전문회사가 적당한 값을 받고 '처리'하는 식이었다.
물론 시너지 효과는 뒷전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M&A는 구조조정보다는 시장 지배력 확대와 신사업 진출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매물로 나왔거나 나올 기업도 대부분 '알짜'들이다.
대한통운 하이닉스반도체 대우건설 현대건설 등이 대표적 사례다.
삼성경제연구소 김득갑 연구원은 "과거의 M&A가 주로 내실보다는 몸집 불리기에만 치중했다면 최근에는 기업의 체력을 보강하는 추세로 가고 있다"면서 "동일 업종에 속한 업체 간 M&A 시도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한통운에 관심을 보이는 곳은 금호아시아나 롯데그룹 CJ STX 등으로 대부분 물류 분야에 강점이 있거나 관심이 많은 곳들이다.
LS전선이 그동안 사들인 GCI(특수전선 업체) 네옵텍(광부품 업체) 진로산업(선박용 전선업체) 등도 모두 주력 사업과 관련 있는 업체들이다.
LG그룹도 '약점'인 통신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통신업체 인수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또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해 하이닉스반도체 등 반도체 기업을 인수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신생 그룹인 GS도 공격적인 M&A에 나설 태세다.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 건설업계의 대형 M&A 대상 물건에 같은 건설업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M&A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기업 안팎의 분위기도 'M&A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여건'이다.
외환위기 이후 부실을 털어낸 기업들의 재무구조가 튼튼해지고 실적이 좋아진 덕분에 매년 돈이 쌓여 남아돌고 있지만 기업들이 투자할 곳은 마땅치 않다.
여기에 제품과 기술 사이클이 갈수록 짧아지면서 기업 내부적으로 제품이나 기술을 개발하는 데 따른 위험도 커졌다.
많은 돈을 들여 어렵게 개발한 기술이 얼마 안 돼 '흘러간 구식'이 돼 버린다면 그야말로 낭패다.
더구나 M&A는 경쟁 구도를 단숨에 뒤집을 수 있는 강력한 무기이기도 하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재무구조가 튼튼해지고 실적이 좋아진 반면 상대적으로 투자로 인한 지출은 적었기 때문에 보유 현금이 쌓여 있어 괜찮은 매물이 나오면 곧바로 M&A에 들어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굿모닝신한증권 정유신 부사장(IB본부장)은 "글로벌 경쟁 체제 아래에서 M&A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중요한 경영 수단 중 하나를 포기하는 것"이라며 "기업들은 M&A를 성장 전략으로 활용하고 정부는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M&A를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