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협 <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 keykim@kitech.re.kr > 요즘 연탄 관련 제품이 없어 못 팔 지경이라고 한다. 연탄을 비롯해 연탄보일러,무쇠난로 등 60,70년대 난방제품들이 상종가를 치고 있다. 3구 연탄난로는 보름에서 한 달을 기다려야 구할 수 있을 정도로 인기 폭발이라고 한다. 장기 불황에다 최악의 고유가 사태가 겹치면서 연탄난방으로 대체하는 점포나 비닐하우스,일반 가정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장당 300원에 판매되는 연탄으로 바꿀 경우 기름보일러에 비해 매달 10만원에서 15만원이 절약된다고 한다. 70,80년대까지만 해도 연탄은 일반 서민들 사이에서 난방과 조리,온수기구의 세 가지 역할을 혼자 도맡았다. 밤새 구들을 덥혀 가족들의 등을 보듬어주고,온 식구가 먹을 아침밥을 끓이고,손 시리지 않을 정도로 넉넉하게 세숫물을 데워주었다. 그러나 연탄은 독한 일산화탄소를 내뿜어 소중한 목숨을 앗아가기도 했다. 연탄이 춥고 가난했던 시절의 대명사가 된 것도 그들 대다수가 주거환경이 열악한 영세민들이었기 때문이었다.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선 원유 가격이 내년엔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그렇게 되면 에너지의 96%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경제에도 한동안 시뻘건 연탄불이 켜질 것 같아 걱정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올해 6월부터 9월까지 모든 실험실과 사무실 온도를 27도에 맞추도록 시스템을 바꿈으로써 상당한 에너지 절감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직원들에게는 간편한 반팔 상의와 노타이를 권장하고,실내 온도가 27도를 넘을 경우 자동으로 에어컨이 작동되도록 해 최소한 찜통 속에서 일하는 것만은 막았다. 그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40%나 냉방비용이 줄어들었다. 이달부터 내년 2월까지 4개월 동안은 18도로 유지할 계획이다. 노타이 운동의 결과를 몸소 체험했던 직원들도 올 겨울에는 내의를 입는 등 난방비용 절감 노력에 적극 동참할 뜻을 밝히고 있어 반갑고 고맙다. 우리 몸도 실내외 온도 차가 크지 않아야 좋아한다고 하니,국민 경제와 건강을 두루 챙기기 위해서라도 18도 유지가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관은 물론이고 일반 기업과 은행,백화점 등에서도 여름 27도,겨울 18도의 '건강온도' 유지운동이 확산됐으면 좋겠다. 다소 춥게 느껴져야 사람 사이의 거리도 좁혀지는 법이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난로는 36.5도의 사람 체온이 아니겠는가. 외국인들은 한겨울 아파트에서 속옷 차림으로 생활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한다. 대대적인 에너지 절감노력 없이는 우리의 생활경제 또한 연탄재처럼 하얗게 부서지게 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