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무분별한 BTL사업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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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수 <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원장 >
공공시설 민간투자(BTL) 사업이 활성화되고 있다.
올해만도 6조2000억원에 이르는 BTL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내년엔 8조3000억원 규모의 사업이 예정돼 있어 그 규모가 급격히 확대되는 추세다.
당초 중장기 BTL 사업계획에 따르면 2007년에는 10조원에 가까운 사업이 이뤄지고 이후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사회기반시설 공급에서 민간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곧 20%를 상회할 것이다.
이는 외국의 경우와 비교해 봐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정부는 재정여건상 진척이 더딘 사업을 조기 확충하고,비용절감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재정부족 문제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BTL사업이 활용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운영과정에서도 비용절감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여러가지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
비교적 오랜 경험을 갖고 있는 BTO(시설완공 후 일정기간 시설물을 직접 관리 운영해 투자비를 회수) 방식의 교통시설 민자사업에서는 건설,운영,재원조달,사용료 등을 균형 있게 평가해 사업자를 선정했다.
소위 시설물의 생애주기 전체를 고려한 최고가치 낙찰제를 채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엔 기술부문보다 가격중시 평가가 도입돼 실질적으론 최저가 낙찰제 방식으로 사업자가 선정되고 있다.
자금을 대주는 금융기관의 심사기능이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없다.
기업의 신용과 책임의식에 기대 보고 싶지만 사업의 성격상 중소업체들이 많이 참여하는 상황에서 이것도 여의치 않다.
결국 물량부족에 시달리는 건설업체들이 저가 투찰을 하게 되면 시설물의 질과 사업의 완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심지어는 땅 속에 묻혀있는 하수관의 상태 또는 건축물의 지반에 대한 충분한 조사 없이 입찰에 무모한 가격을 던지는 업체들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설계점수가 아닌 가격점수만으로 이런 업체들이 사업자로 선정된다 하더라도 건설기간 중 또는 운영과정에서 사업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사업 선정 과정에도 문제가 있다.
마치 BTL이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인 양, 예산이 부족할 경우 민자사업으로 추진하려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
BTL사업은 외상 공사를 하고 분할 상환하겠다는 취지이므로 당장은 예산제약에서 벗어나지만 운영단계에 가서는 고정적으로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공공부문의 특성상 과연 도덕적 해이 없이 꼭 필요한 시급한 사업만을 추진할지 자신할 수 없다.
자칫 시설이 완공되는 순간 용도폐기되는 사례도 나타날 수 있다.
사업과 사업자가 올바로 선정된다 하더라도 사회기반시설에 민간자본을 투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BTL사업으로 제공되는 교육 복지 등 공공 서비스의 사용료가 높아져 운영단계에서 주민의 반발이 예상된다.
민간자본의 금융비용이 가산되는 이유도 있지만 지역주민의 봉사활동에 의해 지원되던 부분이 금전적인 비용으로 가시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의 비용지출이 본격화되는 시점부터는 경직성 경비의 비중이 매우 높아져 새로운 재정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할 것이다.
심지어는 경직성 비용이 예산을 초과하는 경우도 나타날 수 있다.
금년은 시행 초기단계이므로 사업 진척이 더딘 편이었다.
이제는 집행부서가 업무에 익숙함을 더하고 있고 BTL의 매력을 깨닫고 있으므로 큰 걱정은 정작 지금부터라고 할 수 있다.
가정에서도 수지를 맞추고 미래를 고려한 규모있는 생활을 꾸려가기가 쉽지 않은 터에 정부의 수지를 맞추기란 더욱 어려운 일이며, 어떻게 살림을 하느냐에 국가의 명운이 달려 있다.
무분별한 BTL사업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