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3플레이어의 승부수는 뛰어난 디자인이라고 믿습니다. 물론 탄탄한 기술을 바탕으로 한 디자인이지요. 제 소망은 엠피오가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덴마크의 명품 오디오 업체인 뱅앤올룹슨처럼 되는 것입니다."


중견 MP3플레이어 업체 엠피오의 우중구 사장은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우 사장은 삼성중공업을 거친 '굴뚝형 엔지니어'답지 않게 디자인을 중시한다.


그는 "독보적인 디자인으로 뱅앤올룹슨을 닮고 싶다"면서도 "뱅앤올룹슨보다 더 뛰어난 첨단 기술력까지 갖춰 엠피오를 '하이테크 디자인 업체'로 키우는 것이 바람"이라고 말했다.


엠피오가 최근 선보인 플래시메모리 타입 MP3플레이어 'FY700'은 디자인 노하우와 기술력이 함께 녹아들어간 사례로 꼽을 수 있다.


밑부분이 살짝 구부러져 해마를 연상시키는 이 제품은 디자인도 독특하지만 기술적으로도 의미를 지닌다.


미국의 애플과 샌디스크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MLC 낸드플래시를 탑재한 MP3플레이어라는 점에서다.


MLC 낸드플래시는 대다수 MP3플레이어에 들어가는 SLC 제품에 비해 성능은 약간 떨어지지만 원가가 30%가량 저렴한 차세대 낸드플래시다.


2기가바이트(GB)급이 20만원대 초반에 나온 애플의 '아이팟 나노'에도 MLC 낸드플래시가 들어가 있다.


우 사장은 "최근 '아이팟 나노'의 공세로 국내외 MP3플레이어 업체들이 마진을 줄이면서 제품 가격을 내리고 있다"면서 "MLC를 활용하면 원가를 낮출 수 있어 수익성 악화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애플의 저가형 플래시 MP3플레이어인 '아이팟 셔플' 때문에 상반기 수출에 타격을 입은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 9월께부터 실적이 빠른 회복세를 타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 사장은 평소 'MP3플레이어 시장은 특정 업체가 독식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는 "MP3플레이어는 패션소품 같은 디지털 기기여서 여러 경쟁력 있는 업체가 공존할 수 있다고 본다"며 "패션 시장에선 규모는 작지만 세계적인 브랜드를 가진 회사가 많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엠피오는 홈 멀티미디어 기기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9월부터 MP3 파일은 물론 DVD 등의 영상 콘텐츠를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에 녹화할 수 있는 홈멀티미디어센터(HMC) 'HR200'을 캐나다 홍콩 대만 등지에 수출하고 있다.


내년엔 LCD TV도 내놓을 예정이다.


우 사장은 "홈 멀티미디어는 지난 5월 자회사 디지털웨이를 통해 흡수·합병한 디지털앤디지털의 기술력과 엠피오의 디자인·상품 기획력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라면서 "앞으로도 미개척 분야에 디자인 요소를 가미해 차별화를 꾀하겠다"고 말했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