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투자은행들이 중동으로 몰려가고 있다. 고유가로 '오일 머니'가 넘쳐나면서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돈벌이가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 "돈이 풍부한 곳에서는 그만큼 사업 기회도 많다"며 "투자은행들은 중동을 가장 먼저 챙겨야 할 지역으로 여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동 산유국들은 최근 5년간 고유가 덕에 최대 호황기를 보내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04년까지 5년간 중동으로 유입된 오일 머니는 1조500억달러에 달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20% 증가한 3000억달러 이상 유입될 전망이다. 담수화 정보통신 등 대대적인 인프라 확충으로 향후 10년간 플랜트 건설 시장 규모가 1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기가 살아나면서 IPO M&A 등 투자은행들의 '먹잇감'이 크게 늘었다. 2003년에는 한 건도 없던 중동 기업의 IPO가 올 들어 13건이나 성사됐다. 사우디아라비아 증시의 경우 상장기업이 늘어나 2년 새 시가총액이 3배로 늘었다. 중동 기업들의 해외 기업 M&A 규모도 올 들어 255억달러를 기록,최근 3년간 평균치인 28억달러보다 10배 가까이 커졌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 오거텔레콤,바레인텔레콤,아랍에미리트텔레콤 등 중동 통신업체들은 매물로 나온 외국 업체를 인수하기 위해 미국이나 유럽 경쟁자들보다 높은 가격을 부를 정도로 공격적이다. 투자은행들에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다. 중개업무만 따더라도 연간 수억 달러의 수수료를 벌 수 있다. 이에 따라 중동에서 연락사무소만을 운영하던 UBS JP모건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사업 확대를 위해 영업점 개설을 서두르고 있다. 두바이에서는 현재 외국계 투자은행 26개사가 영업 허가 신청서를 제출해 놓은 상태다. 중동 2위 산유국 이란이 238억달러 상당의 외환관리 업무를 도와줄 외국 은행을 물색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BNP파리바와 크레디트스위스 그룹 등 투자은행 40여개사가 몰려 치열한 로비전을 펼치고 있을 정도다. WSJ는 "투자은행들이 영업점을 설립하는 곳은 두바이 카타르 바레인 등 중동에서도 중심부에 위치한 국가들"이라며 "투자은행들의 중동 본부를 유치하려는 역내 국가들 간 경쟁도 치열하다"고 전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