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영화 등 콘텐츠 산업은 디지털 물결을 등에 업고 새로운 도약 국면에 접어들었다." "인터넷이 남성들로 하여금 패션에 눈뜨게 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5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디지털 2 컨퍼런스'를 열고 디지털 물결이 최근 몇년간 국내 산업과 사회 전반에 몰고 온 변화상에 대해 이같이 분석했다. 기업경영,경제시스템,한국사회,산업기술,생활문화 등 총 5개 분야로 나눠 진행된 이날 행사엔 1600여명의 전문가들이 참석해 디지털 시대의 변화상과 대응방향에 대한 활발한 토론을 벌였다. ◆콘텐츠 산업 'V자형'성장세 보일 것=윤충한 한양대 교수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시장의 경쟁'이란 주제발표에서 "디지털 물결로 가장 큰 피해를 입었던 음악 영화 등 콘텐츠 산업이 앞으로는 'V자형'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을 제시했다. 인터넷 보급 초기에는 불법 복제 등으로 타격이 컸으나 디지털을 통한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에 성공하면서 다시 높은 성장세를 구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단적인 예가 무료 음악사이트의 쇠락과 유료 음악사이트의 급성장세.윤 교수에 따르면 무료 음악사이트인 '벅스뮤직'의 하루 평균 방문자 수는 작년 10월 1151명에서 올해 4월에는 868명으로 6개월 만에 24% 감소했다. 반면 상위 20개 유료 온라인 음악 사이트의 방문자 수는 이 기간 중 두 배가량(408명→812명) 급증했다. ◆인터넷이 '미스터 뷰티(Mr.Beauty)' 키운다=최근 남성들 중 자신의 외모를 가꾸는 데 부쩍 신경쓰는 이른바 'Mr.Beauty'가 등장하는 데 인터넷이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양진 명지대 교수는 '패션상품에 눈뜨는 디지털 세대의 남성'이라는 보고서에서 "한국 남성들이 인터넷을 통해 패션과 친해졌다"고 밝혔다. 남자 대학생 6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들은 한 달 평균 200여차례 인터넷을 접속하며 이 중 16.2차례의 접속 목적은 패션정보 검색이었다. 또 이들은 6개월간 26만원가량을 인터넷 쇼핑을 통해 패션 상품을 구매하는 데 쓴 것으로 나타났다. 구매한 상품도 의류뿐 아니라 구두 액세서리 화장품 향수 등으로 다양했다. 전 교수는 "남자들은 보통 직접 가게에 가서 화장품이나 향수 등을 고르는 것을 쑥스러워하거나 귀찮아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러나 인터넷의 보급으로 남성들이 최신 패션 유행을 접하거나 관련 용품을 구입하기가 과거에 비해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얼리어답터(early adopter)'가 산업발전 원동력=김재윤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디지털 시대의 얼리어답터의 특성'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일본에서 가전,미국에서 자동차,한국에서 정보기술(IT)산업이 꽃 피울 수 있었던 데는 다른 사람보다 해당 제품을 먼저 구매하는 얼리어답터의 역할이 컸다"고 분석했다. 휴대폰이 단적인 예.김 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35세를 전후한 성인 남녀 24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한국의 휴대폰 교체주기는 평균 16개월 정도로 나타났다. 이는 세계 평균(약 3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