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정보통신부 출입기자들이 못들어 가느냐?" 15일 오전 10시 부산 APEC 정보기술(IT) 전시관 검색대.정통부 출입기자 40여명과 보안요원 간에 거친 실랑이가 벌어졌다. "정식 비표가 없으면 못들어간다"는 보안요원과 "이 비표는 비표가 아니냐"는 기자들이 20여분간 옥신각신했다. 보안요원들은 "정통부 기자들이 달고 있는 비표로는 IT전시관에 있는 미디어센터에 들어갈 수 없고 전시관 구경만 할 수 있다"며 기자들의 미디어센터 출입을 통제했다. 정통부 출입기자가 지급받은 비표는 언뜻 봐도 외국 기자들이 차고 있는 정식 비표와 달랐다. 회사명과 이름이 조잡하게 쓰여 있어 초등학생용 명찰 수준에 불과한 반면 정식 비표는 개인정보 칩이 탑재된 '국제용'이었다. 정식 비표가 없자 보안요원들은 정통부 기자들에게 노트북을 일일이 열어보고 부팅할 것을 요구했다. 정식 비표가 없는 한 폭발물 소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모든 소지품을 철저하게 검색하도록 돼 있다는 설명이었다. 입장하는 데만 40분 이상이 걸렸다. 취재 결과 비표 문제는 정통부의 무사안일한 행정에서 비롯됐다. 한 보안 관계자는 "정통부 출입기자용 비표는 애초부터 미디어센터에 들어갈 수 없는 등급으로 신청됐다"며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부산 APEC을 'IT APEC'이 되도록 하겠다던 정통부가 이를 보도할 출입기자들에게 취재용이 아닌 관람용 비표를 준비했다는 얘기다. 이번 비표 사고는 정통부 취재단이 부산으로 내려오기 전부터 예견됐다. 정통부는 기자 비표 제작이라는 중대한 문제를 아래층에 있는 KT(KT와 정통부는 한 건물에 있다)에 떠넘기다시피 했다. 정통부 기자들은 비표 문제는 업체에 맡길 사안이 아니라고 지적했고 정통부는 뒤늦게 기자들의 지적을 받아들여 비표 주문을 맡았다. 담당자가 바뀌는 사이 비표 주문 행정이 비틀어졌고 마침내 벡스코 비표 사건이 터진 것이다. 진대제 장관이 이끄는 정통부는 첨단 정보통신에 대해선 일가견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행정 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선 한참 더 배워야 할 것 같다. 부산=고기완 IT부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