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환율 하락세에 가속이 붙고 있다.


7년여 만에 100엔당 900원 선이 무너진 이후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870원 선마저 뚫고 내려섰다.


엔·달러 환율은 연일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서울 외환시장엔 달러 매물만 잔뜩 쌓여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월말에 가까울수록 수출업체들의 환전수요가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당분간 원·엔 환율이 저공비행을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치고 있다.



◆넘치는 달러 매물


15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 초반부터 내림세를 보였다.


증시에서 외국인들이 이틀 연속 순매도를 기록한 데 힘입어 오전 한때 잠시 반등하긴 했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전자 자동차 중공업 등 국내 수출업체들이 꾸준히 달러 매물을 쏟아내면서 내림세를 주도했다.


반면 일본 도쿄시장에서는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이려는 세력이 우세했다.


업계에서는 희비가 엇갈렸다.


일본 상품과 치열한 가격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소 수출업체에서는 채산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반면 일본 부품이나 소재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은 업체는 상당한 이점을 누릴 것으로 기대됐다.


엔화를 빌린 기업이나 개인에게도 원·엔 환율 내림세는 희소식이다.


가만히 앉아서 적지 않은 환차익을 챙길 수 있다.


이로 인해 올 들어 계속 감소세를 보이던 엔화대출 규모는 3분기 들어 약 90억달러로 전분기 대비 5%가량 증가했다.



◆외환당국의 개입이 관건


외환시장 참여자들은 외환당국의 소극적인 자세가 원·엔 환율 내림세를 증폭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쯤이면 개입이 나오겠지"라는 기대가 번번이 무너지면서 달러 매수세를 크게 위축시켰다는 분석이다.


외국계은행 딜러는 "올해 국정감사에서 비난을 받은 외환당국이 시장개입을 머뭇거리고 있는 것 같다"며 "외환당국의 뚜렷한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는 한 당분간 원·엔 환율은 크게 반등하긴 힘들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