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금리가 근 32개월 만에 5.2%대에 진입했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의 강력한 경고성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각종 경제지표를 감안할 때 채권금리가 뛰는 건 당연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채권금리가 너무 가파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는 점.작년 말(연 3.28%)에 비하면 무려 1.94%포인트 올랐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채권금리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자금흐름 왜곡은 물론 경기회복세에도 지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대세는 상승


박 총재는 지난 10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작심한 듯 "지금 채권금리 상승세는 정상적인 시장 기능에 의한 것이 아니다"며 "조만간 채권금리는 하향 안정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금리 급등세에 대한 일종의 '구두 개입'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날 채권금리는 박 총재 발언 직후에는 하락세를 보이다 결국 전날보다 0.03%포인트 오른 연 5.16%에 마감됐다.


이튿날인 11일에는 소폭 떨어지긴 했으나 낙폭은 0.01%포인트에 그쳤으며 15일에는 다시 큰 폭의 상승세로 전환했다.


박 총재의 구두 개입만으론 얼어붙은 채권매수 심리를 살리기엔 역부족인 셈이다.


최근 채권금리가 연일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경기가 내년에는 본격 회복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관측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한은이 지난 10월에 이어 앞으로도 한두 차례 정도 기준금리(콜금리)를 인상할 것임을 분명히 한 데다 주식시장이 연일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채권금리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금리상승 경제 부담 클 듯


문제는 채권금리 상승세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점.이는 기준금리와 채권금리 간 격차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연초 0.13%포인트에 불과하던 격차는 15일에는 무려 1.72%포인트로 확대됐다.


이에 대해 박 총재도 "현재 기준금리와 채권금리 간 격차는 두세 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을 반영할 정도로 벌어졌다"며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장기금리인 채권금리가 큰 폭으로 뛰면 시중 자금의 단기부동화가 가속화될 수 있고,채권시장을 통한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


채권금리가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이란 기대가 있는 한 채권매수를 꺼리기 때문이다.


가계 및 기업들의 이자부담도 증가한다.


지난 10월 말 현재 은행의 개인 대출 잔액은 300조4000억원.이 가운데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약 88%(264조원)에 달한다.


따라서 시장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연간 이자부담이 2조6400억원 정도 늘어나는 셈이다.


지난 1~2년간 초저금리 상황에서 과도하게 은행 빚을 낸 개인들이 금리 상승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것이다.


가계 대출뿐만 아니라 기업 대출에서도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56%에 달한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 금리가 너무 빠른 속도로 상승할 경우 이자부담이 증가해 소비는 물론 투자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