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는 없지만 반드시 필요한 의전입니다." 부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서 정상들의 회동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21개국 정상들의 공식 행사 때 이들을 바로 옆에서 `일대 일'로 보좌하는 `APEC 정상 의전팀'이 바로 그 들이다. 24명의 여성들로 구성된 정상 의전팀은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18∼19일 정상회의와 오.만찬, 공식사진촬영 등 정상들의 공식 행사가 자연스레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그림자 역할을 맡는다. 90% 이상이 대학생으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3명의 교체요원까지 확보해두었다. APEC 교육재단 직원으로 이들에 대한 선발과 배치, 교육, 관리 등 정상 근접 의전 관련 실무책임을 맡고 있는 심명섭(26.여)씨는 "의전팀 한 명 한 명이 정상 바로 옆에서 보좌를 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이미지를 알리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일대 일 의전팀의 역할은 매우 크다"고 그 중요성을 역설했다. 2003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취임식 만찬행사장은 물론 여타 각료회의에서 통역과 의전경험이 풍부한 심씨이기에 APEC 준비기획단은 그녀에게 부시 미 대통령 등 핵심국가 정상 의전을 맡길 생각이다. 15일 현재 이들이 `출동'하는 것으로 확정된 의전행사는 두 가지. 정상 만찬행사와 정상들이 공식사진촬영 때 착용할 두루마기를 입혀주는 것이 바로 그 것이다. 심씨를 포함한 21명의 의전팀은 18일 벡스코(BEXCO.부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의 정상만찬 직전 바로 옆 라운지에 대기하고 있다가 정상들이 차례로 들어오면 해당 정상 담당자가 이들을 만찬장 자리까지 안내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들은 이튿날 동백섬 누리마루 APEC 하우스 야외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의 하이라이트인 정상들의 공식사진촬영을 위해 정상들에게 두루마기를 입히고 옷고름을 직접 매준다. 물론 정상들이 약식이나마 우리 고유의 복장을 입는 만큼 의전팀도 상대 정상의 두루마기 배색에 맞춰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나선다.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기 때문에 조만간 정상 두루마기 제작업자로부터 직접 교육을 받을 예정이다. 선발 기준을 묻자 심씨는 "각자가 다른나라 정상에게 우리나라에 대한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기 때문에 외모, 충만한 봉사심은 물론 예기치 못한 사태에 대비한 임기응변 능력 또한 갖추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심씨는 스쳐지나듯 짧은 시간일 수도 있지만 신경쓸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고 한다. 그녀는 "되도록이면 자신이 맡은 정상보다는 키가 작아야 하며, 실제로 정상들의 키를 파악해 의전요원을 선발해 놓은 상태"라고 귀띔했다. 특정 정상을 담당하고 싶다는 선호도도 있을 법 하지만 심씨는 단호하게 말했다. "어느 정상을 맡더라도 역할에 맞게 성실히 수행한다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합니다." (부산=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