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은 16일 참여연대가 안기부 도청테이프 내용을 근거로 고발한 `삼성의 1997년 불법 대선자금 제공' 사건과 관련, 홍석현 전 주미대사를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조사 중이다. 홍석현 전 대사는 이날 오전 10시께 검찰청사에 출두해 미국에서 귀국을 미룬 이유와 이건희 삼성 회장의 지시 여부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검찰에서 상세히 말하겠다"고 짧게 답한 뒤 9층 조사실로 향했다. 홍 전 대사의 검찰 출석은 1999년 9월 30일 보광그룹 탈세사건으로 대검 중수부에 소환돼 구속된 이후 6년여 만이다. 홍 전 대사가 검찰 출두를 위해 검찰청사 현관에 도착하는 순간 민주노동당 X파일 공동대책위 소속 회원 4~5명이 `이건희ㆍ홍석현을 구속하라'라는 플래카드를 펼치며 에워싸면서 홍 전 대사와 경호원, 취재기자들이 뒤엉켜 심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검찰은 홍씨를 상대로 삼성이 1997년 여야 대선 후보측에 불법 자금을 제공하는 과정에 `전달책' 역할을 했는지, 그 해 추석을 앞두고 전ㆍ현직 검사들에게 삼성의 `떡값'을 돌렸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또한 홍씨가 당시 `삼성 돈 30억원'을 대선 후보에게 전달하지 않고 중간에서 가로챘다거나 대선 후보에게 전달하려 했으나 그 후보가 받지 않았다는 등 일부 언 론에서 제기한 의혹들도 확인할 방침이다. 그러나 홍씨가 관련된 혐의 내용은 입증이 쉽지 않은 데다 대부분 공소시효도 지나 설령 관련 혐의가 모두 사실로 입증되더라도 형사처벌은 어려워 이번 소환 조사는 진상규명 차원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홍씨는 이번 사건이 불거지자 9월 24일 주미대사직에서 물러난 뒤 미국에 체류하다 검찰의 두 차례 소환 통보를 받고 이달 12일 귀국했다. 검찰은 홍씨 소환에 앞서 삼성 구조조정본부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 이회창 전 대선 후보의 동생 회성씨, 서상목 전 의원 등을 출석시켜 조사한 바 있다. 한편 김대중 정부 시절 국정원은 한나라당 박종웅 의원의 휴대전화를 도청하는 과정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과 통화한 내용까지도 불법 감청했던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검찰은 신건 전 국정원장의 구속영장에 2001년 8월 국정원이 언론사 세무조사에 항의해 단식농성을 하던 박 의원과 김 전 대통령 간 통화를 감청했다고 적시했다. 당시 국정원은 이들 인사 외에도 정ㆍ재ㆍ언론계 및 사회지도층 인사 1천800여명의 휴대전화 번호를 감청장비인 `R-2'에 입력, 24시간 상시 도청을 한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검찰은 전날 밤 신씨와 전임인 임동원 전 국정원장의 구속영장이 발부됨에 따라 앞으로 국정원의 도청 실태와 함께 도청정보의 최종 유통 경로를 밝히는 보강 수사를 벌여나갈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고웅석 이광철 기자 freemong@yna.co.kr mino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