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주의 반란.'


올해 증시의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와 같은 전통적 강자들은 한 발 뒤로 밀려났다.


대신 전면에 나선 것은 무명의 스타들이었다.


예컨대 일양약품은 작년 10월부터 1년간 798% 뛰었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 일본 등 주요 9개국 증시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뿐만 아니다.


오리엔트바이오(740.65%),세원E&T(649.38%),영진약품(645.58%) 등 국내 중소형주들이 상승률 상위 20위 종목을 휩쓸었다.


국내 증시에서 올초부터 지난 11일까지 중형주는 76.9%,소형주는 108.9% 뛰었다.


반면 대형주는 38.5% 오르는 데 그쳤다.


중소형주의 시대가 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소형주의 강세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장기간 소외받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펀더멘털은 개선됐지만 주가는 수십년간 미동도 안했다.


한화증권은 시가총액 5000억원 미만 기업의 내년 주당순이익(EPS)이 올해보다 29.5%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반면 시가총액 5000억원 이상 기업의 증가율은 17.9%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중소형주의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8.9배,대형주는 9.6배로 분석됐다.


쉽게 말해 중소형주가 대형주보다 이익을 더 많이 내지만 주가에는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재평가 논리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주가 재평가의 전망에 힘을 실어주는 또다른 요인은 수급이다.


수급 구조 자체가 중소형주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올 들어 국내 증시의 주도권은 외국인에서 국내 기관으로 넘어왔다.


적립식 펀드로 대표되는 간접투자 시장의 활성화는 우량 중소형주에 대한 재평가 기회를 제공했다.


실적에 비해 주가가 오르지 못한 저평가 우량주들이 그래서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반면 대형주는 외국인이 언제 털어낼지 모르는 잠재적 위험에 처해 있다.


중소형주가 투자자로부터 신뢰를 얻었다는 점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과거 대형주가 1000포인트 돌파의 선봉에 선 뒤 상승세가 중소형주로 옮겨가지 못하고 번번이 되밀리는 현상이 나타났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장기 투자 문화가 확산돼 중소형 우량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물론 중소형주라고 '묻지마 투자'는 곤란하다.


중소형주 중에는 우량한 회사도 많지만 과대 포장된 회사도 적지 않아 옥석을 가릴 필요가 있다.


불성실공시 기업으로 지정된 적이 있거나,최대주주가 자주 물량을 처분하는 기업 등은 주의해야 한다.


또 이익의 안정성이 떨어지는 기업도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중소형주의 특성상 재무구조가 어느 정도 탄탄한지,이익은 꾸준하게 내고 있는지 등을 점검하는 게 필요하다.


최대주주나 대표이사의 경력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한 투자포인트다.


예를 들어 △증권사의 투자의견이 긍정적이고 △PER가 중소형주 평균치인 9.6배 이하인 데다 △내년 예상 EPS가 올해보다 많아지는 기업 등을 선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유망 중소형주로 대덕GDS금호전기 한국철강 한라건설 풀무원 한섬 화승알앤에이 코아로직 등을 꼽았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