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화성시 태안지구 등 수도권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다주택 소유자들이 내놓은 아파트 매물이 늘어나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 늘어나는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투자 목적으로 사놓은 집을 서둘러 처분하고 있는 것이다. 해당 지역에서는 이 같은 급매물을 중심으로 부동산 거래가 띄엄띄엄 이뤄지면서 아파트 가격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16일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경기 화성 구리 남양주 등 수도권 곳곳에서 아파트 급매물이 속출하면서 중개업소마다 매물이 쌓여가고 있는 추세다. 실제 화성시 태안지구 신창1차 아파트 단지에는 최근 다주택자들이 처분하려는 매물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단지 내 T공인 관계자는 "8·31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눈치를 살피던 다주택자들이 본격적으로 집 처분에 나서고 있다"며 "지난달 중순 이후 1000만~2000만원씩 값이 내려간 급매물이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급매물을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면서 아파트 가격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화성 신창1차 아파트의 경우 32평형 가격이 지난 8월 이전 2억원 선에서 현재는 1억8000만~1억9000만원 선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T공인 관계자는 "이왕에 집을 팔려면 가격이 더 떨어지기 전에 처분하자는 생각을 가진 집주인들이 늘어나면서 매물이 증가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구리시 인창동 주공아파트 단지에서는 20평형대 소형 아파트로 구성된 4,6단지를 중심으로 다주택자 매물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인창동 U공인 관계자는 "1가구 2주택자에 대해서도 양도세를 중과키로 한 '5·4대책' 이후 다주택자 매물이 한꺼번에 나온 뒤 잠잠했지만,최근 들어 다시 집 처분을 문의하는 다주택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5개 정도의 급매물을 갖고 있지만 매수세가 붙지 않고 있어 가격이 좀 더 떨어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서울 거주자들이 투자 목적으로 많이 구입한 것으로 알려진 남양주시 와부읍 일대 아파트 단지에도 '매도 물건'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덕소현대 인근 W공인 관계자는 "급매물 가운데 상당수가 1가구 2주택자 등 다주택자들이 내놓은 물량"이라며 "가격에 상관없이 처분해달라는 매도자들이 많지만 실제 거래물량은 그다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고종완 RE멤버스 대표는 "다주택자들이 세금 중과를 피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투자수익이 작은 수도권 외곽 아파트를 먼저 처분하고 있다"며 "다주택자의 급매물로 아파트 가격은 내년 상반기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