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U 수도 브뤼셀은 '로비스트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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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의 수도 브뤼셀이 로비스트의 천국으로 변해가고 있다.
미국의 워싱턴이 늘 로비스트로 북적이는 것과 달리 유럽에서는 몇 년 전만 해도 로비스트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다. 미국에서는 로비가 양성화돼있지만 유럽은 공식적으로는 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은 최근 브뤼셀에서 활동하는 로비스트가 미국(2만명)에 육박하는 1만5000명으로 폭증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유럽의 차이점은 미국에서는 로비스트로 당국에 등록하고 자금 사용 내용을 공개하면 정치인에게 소액의 뇌물을 주는 것이 합법이지만 유럽에는 이런 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유럽에는 1980년대만 해도 공인 로비스트가 9명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유럽연합(EU) 회원국이 25개로 늘어나고 행정 수도의 권한이 확대되자 각 기업이 급파한 로비스트들이 브뤼셀에 넘쳐나고 있다.
EU 반부패위원회 위원장인 심 칼라스는 "현재 브뤼셀에서 활동 중인 로비스트가 1만5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며,2600개의 이익단체가 몇 년 사이 이곳에 상설 사무실을 열었다"고 밝혔다.
칼라스는 로비스트들과 정치인들 사이에 오가는 뇌물이 연간 6000만∼9000만유로(11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EU도 미국처럼 관련법을 만들어 로비스트들을 관리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정치와 기업활동 겸임을 허용하는 관행도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실례로 5년 전 통신사업 비리에 대한 전면 조사가 벌어졌을 때 EU 통신위원회 고위 간부가 스페인 통신사 텔레포니카의 이사로 활동 중인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미국에서는 정부가 이익단체에 자금을 지원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지만,EU는 매년 800만달러의 예산을 수십 개의 비정부단체(NGO)에 지원하고 있다.
칼라스 위원장은 "이제는 유럽인들도 누가 로비스트인지,누구를 대변하는지를 모두 알아야 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