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피츠버그대 제럴드 섀튼 교수와 샌프란시스코 퍼시픽불임센터·어린이 신경생물학치료재단이 잇따라 서울 세계줄기세포허브(소장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과학계는 이들이 표면적으로는 난자 취득 과정의 윤리문제를 내세우고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실용화를 향한 패권을 한국에 내주지 않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분석한다. 미국이 줄기세포 연구에서 앞서가고 있는 황우석 교수에 대해 견제를 본격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실제로 최근의 미국 줄기세포 연구에서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줄기세포 연구 총괄기관인 재생의학연구소(CIRM)를 통해 6개 배아줄기세포 연구기관을 선정,대대적인 지원에 나선다. 이 지원은 캘리포니아주가 지난해 11월 줄기세포 연구에 30억달러를 투입키로 결정한 법안의 구체적 실천이다. 사업이 본격화되면 미 대학과 연구기관은 막대한 예산을 바탕으로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급진전시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 배아줄기세포 주도권 노려 캘리포니아대와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국내 미즈메디의과학연구소 관계자는 "현재 스탠퍼드대,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등 많은 대학이 이 사업의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기 위해 새롭게 연구팀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미국 대학과 연구기관은 배아줄기세포 전문 인력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으며 특히 한국 연구진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황 교수팀과 미즈메디 병원 등 국내 연구기관 출신의 상당수 연구원이 미국에 나가 있다. 이와 관련,배아줄기세포 전문가인 박세필 마리아생명공학연구소장은 "미국의 여러 대학들로부터 초빙 요청을 받았다"며 "내년 초 한국을 떠나 미국 한 대학의 초빙 교수로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식재산권 경쟁 치열해질 듯 이처럼 캘리포니아주 등이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본격 뛰어들게 되면 세계줄기세포허브를 앞세운 한국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각종 기술 독점권 확보를 위한 지식재산권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다. 국내에선 박 박사가 냉동배아를 이용한 배아줄기세포 추출법으로 미국 특허를 등록받은 데 이어 황 교수도 체세포 핵이식 기술에 대해 미국에 특허를 출원한 상태. 미국 연구진도 다양한 줄기세포 개발 기술과 이를 활용한 연구 성과에 대해 특허를 걸어 독점권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CIRM의 경우 배아줄기세포주를 공유키로 한 세계줄기세포허브에 대해 높이 평가하며 협력 의사도 보이고 있으나 최근 자체적으로 지식재산권 태스크포스팀을 가동,특허 확보를 위한 노력을 치밀하게 진행하고 있다. 과학기술계 한 관계자는 "미국 연구진이 단기적으론 한국과 협력할 수 있겠지만 실용화 연구에 들어가게 되면 철저하게 기술 권한을 확보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원락·임도원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