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오강현 전 가스공사 사장 해임에 대해 무효 판결을 내림에 따라 정부의 신중하지 못한 공기업 인사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특히 경영실적과 무관한 사유로 임기가 남은 공기업 최고경영자(CEO)를 중도하차시킨 일은 부적절하다고 법원이 지적함에 따라 정부의 '입맛대로식' 인사 관행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법원이 지난 3월 말 단행된 오 전 사장의 해임을 부당하다고 판정한 이유는 "해임 사유가 불충분하다"는 것. 오 전 사장이 거래처인 민자발전회사 관계자들과 평일 골프를 쳤다거나 노조의 정부정책 반대집회를 용인했다는 것 등은 해임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얘기다. 오 전 사장도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법원의 판결은 사필귀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영을 잘못해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는 등의 이유로 해임된 것이 아니라 부당한 오해와 음해로부터 해임 결정이 나왔다는 것을 법원이 확인하고 바로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오 전 사장은 "기존 외국 수입선과의 가스도입 계약을 지난해 변경해 2조원 이상의 국부를 절약하게 된 점 등은 정부로부터 하나도 인정받지 못했다"며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재판부의 이 같은 판단에 따라 임기가 1년반이나 남은 오 전 사장의 해임을 밀어붙인 산업자원부와 청와대 등은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오 전 사장에게 씌워졌던 불명예를 되려 정부가 쓰게 된 셈이다. 산자부 내부에서도 가스도입 방식의 변경 등에 대한 오 전 사장과의 견해차를 정식으로 문제 삼지 않고 오 전 사장을 비리의 인물로까지 몰아간 것은 자충수였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특히 청와대는 오 전 사장을 중도하차시킨 이후 두차례에 걸친 사장 공모에 실패해 인사 난맥상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편 오 전 사장의 해임 무효판결에도 불구하고 가스공사에 2명의 사장이 일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오 전 사장은 "가스공사엔 이미 새로운 사장이 선임돼 있어 복직하면 회사의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며 "대주주인 정부가 법원의 결정을 인정해준다면 사건을 빨리 마무리짓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가스공사가 항소한다 하더라도 대화와 타협을 통해 명예롭게 물러나는 길을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오 전 사장은 그러나 "가스공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끝까지 싸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판결을 통해 지난 4월부터 복직 때까지 매달 1053만원의 급여를 지급하라고 덧붙였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