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끝난 이집트 1단계 총선에서 `이슬람이 해결책'이라는 기치를 내걸었던 무슬림형제단이 내세운 무소속 후보들이 대거 당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관영 메나(MENA) 통신은 16일 지난 9일의 1단계 투표에 이어 15일 실시된 1단계 결선 투표 잠정 개표 결과를 인용해 무슬림형제단이 내세운 무소속 후보들이 총 34석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1단계 선거에 걸린 8개주 82개 선거구 164석의 20.7%에 해당하는 것이다. 내달 초순까지 이어지는 2, 3단계 선거에도 무슬림형제단 후보들이 110여명 출마한 상태여서 무슬림형제단이 확보하는 의석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에 집권 국민민주당(NDP)은 이번 결선투표에서 50석을 늘려 1차 투표에서 얻은 26석을 포함해 1단계 선거에서 총 76석을 얻었고, 집권당 공천에서 탈락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 등이 총 46명 당선했다. 관측통들은 대부분의 무소속 후보들이 총선 후 NDP에 입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9월 대선에서 무바라크 연임 반대운동을 펼쳤던 시민단체 `키파야'와 제도권 야당들이 공천한 후보는 고작 8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1단계에서 약 50명을 포함해 무소속으로 총 150여명의 후보를 낸 무슬림형제단은 이번 총선에서 최다 50석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2000년 총선 때부터 현 정권의 묵인 하에 무소속으로 후보를 내고 있는 무슬림형제단은 기존 의회에서 17석을 확보, 이미 최대 야권세력으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초등학교 교사이던 하산 알-반나가 1928년 창설한 무슬림형제단은 이슬람 국가 창설을 기치로 내걸고 반정부 투쟁을 전개해 왔으며, 1954년 이집트를 통치하던 파루크 국왕은 이 단체를 공식으로 불법화했다. 왕정 폐지 후에도 역대 정권들은 이슬람식 개혁을 주창하는 무슬림형제단을 탄압했다. 그러나 이 단체는 1970년대 폭력투쟁 노선을 포기하고 사회봉사를 통한 이슬람 개혁 부흥운동을 펼쳐 민중의 지지를 받고 있다. 무바라크 정부는 무슬림형제단을 여전히 불법 단체로 묶어 놓고 있지만 총선에 무소속 후보를 내는 것을 허용하는 등 일정 수준의 정치활동을 묵인하고 있다. 이집트에서 최고권위를 자랑하는 알-아흐람 정치전략연구소의 아므르 추바키 분석가는 AP통신에 "무슬림형제단이 최대 야권조직이 될 것은 예상했지만 1단계 선거에서 34석을 얻을 것으론 보지 않았다"며 1차 선거결과를 이변으로 평가했다. 전국 26개 주에서 지역별로 날짜를 달리해 치러지는 이번 총선은 지난 9일 수도 카이로를 포함한 8개 주에서 1단계가 시작됐고, 오는 20일과 내달 1일 2, 3단계 투표가 진행된다. 또 단계별 선거에서 과반득표자가 없으면 6일 내에 결선투표가 진행된다. 이에 따라 대통령 지명 10석을 제외한 총 444석을 확정하게 되는 전체 투표는 내달 7일 완료되고, 최종 전체 개표결과는 내달 중순께 나올 예정이다. (카이로=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parks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