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포럼] '대장금'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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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희 < 논설위원 >
"음식을 하기 전,먹을 사람의 몸 상태와 좋아하는 것,싫어하는 것,받는 것과 받지 않는 것 그 모든 것을 생각하는 것,그게 음식을 짓는 마음임을 얘기하고 싶었다."
"네 능력은 뛰어난 데 있는 게 아니다.쉬지 않고 가는 데 있어."
"전하께서 하셔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뛰어난 사내를 뽑아 적합한 자리에 두는 게 아니라 뛰어난 사람을 뽑아 그 자리에 두는 것이옵니다."
"도대체 대장금이 뭐길래!" 최근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에 다녀온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어디를 가도 "대장금! 대장금!"하는 통에 미처 못본 사람은 어리둥절할 지경이라는 것이다.
'겨울연가'가 일본의 한류 열풍을 일으켰다면 '대장금'은 아시아 전역의 한류 열풍에 기름을 붓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의 경우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바빠서 매회 못보는 게 아쉽다"고 할 정도가 되면서 '대장금 김치 훠궈'(火鍋.중국식 샤부샤부)와 '장금이 신부복'이 생기는 등 경제 사회 전 분야에 한류 붐이 거세졌다. "대장금은 한국의 역사 복식 음식문화와 민족적 자강(自强)정신을 보여준 세계화의 보증수표"라는 평도 나왔다.
대만도 마찬가지.소설과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이 불티나게 팔리는가 하면 한국어 공부가 유행이다.
태국에서 또한 한국의 음식 역사에 대한 관심이 급증,'대장금 파유'(폭풍이라는 뜻)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MBC프로덕션 수출사업부에 따르면 '대장금'은 현재 35∼40개국에서 방송중이거나 방송 대기중이다.
'대장금'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장금이란 여인이 어려서 부모를 잃고 궁중의 수라간 나인으로 들어왔다가 궐내의 암투 때문에 관비로 전락하지만 의술을 배워 임금의 주치의까지 된다는 게 그것이다.
한 여성의 삶을 다룬 이 드라마의 무엇이 사람들을 이처럼 빠져들게 하는 걸까.
나라별 평과 해석은 다양하다.
'낭만적인 사람은 러브스토리,노력하는 사람은 의지,미식가는 음식에 빠진다''중국인들이 대장금을 통해 자신의 꿈을 만들고,잃어버린 사회의 미를 찾고 있다''이국적이지만 낯설지 않은 한국 문화,주연배우들의 수려한 외모,다이내믹한 스토리 전개' 등이 그것이다.
'대장금'의 강점은 실제 사극이라는 형식을 통해 문화적 할인율을 낮추고 남녀노소 모두의 관심을 끈 대목이다. 또 갈수록 삭막해지는 세상에서 사람들이 갈망하는 참된 인간상 및 의리와 원칙이 지켜지는 모습을 그려낸 것도 인기의 비결로 꼽힌다. 소신과 열정을 지닌 여성,억척스런 제자의 기를 꺾지 않고 돕는 진정한 스승,사랑하는 이를 믿고 존중하는 연인의 모습을 제시함으로써 사람들의 마음을 훔친 셈이다.
문화상품의 특징은 '팔리는 것만 팔린다'는 것이다.
아무리 싸도 관심없는 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한류를 21세기 문화전쟁 시대의 인프라,국가경쟁력의 원천으로 만들자면 국가 민족에 상관없이 소구력을 갖는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폭력과 욕설 투성이 문화콘텐츠는 사람들을 잠시 현혹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코 오래 갈 수 없다.
'대장금'의 성공은 시대의 흐름과 소비자의 욕구를 읽고 정성들여 만드는 콘텐츠만이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넘어 사람의 마음을 훔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품질관리 없이 한류의 연속성을 기대하는 건 헛꿈이다.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