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고급 인력과 숙련공들의 이탈로 비상이 걸렸다. 외국 기업들의 진출이 늘어나고 중국 토종 기업의 임금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외국 기업들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인재 유출이 한국 기업에도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산둥성 웨이하이시 외곽에서 하드디스크드라이브용 부품을 생산하는 신성전자는 검사인력이 빠져나가 애를 먹고 있다. 이 회사 정상두 부장은 "검사인력은 1년 이상 경력자가 할 수 있는 업무량이 초보자의 10배가 될 정도로 숙련이 요구되는 분야"라며 "작년까지만 해도 1년 이상 경력을 가진 숙련공이 250명의 전체 검사 인력 중 절반을 넘었지만 이직이 심해 지금은 20%를 유지하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중국에 굴착기를 가장 많이 파는 두산인프라코어의 옌타이법인은 용접공 단속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용접인력이 대거 투입되는 대우조선이 옌타이에 들어서는 것으로 결정되면서 용접공 유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두산 측은 대우조선에 용접공 스카우트 자제를 요청했다. 베이징현대자동차에서도 생산 판매 관리를 총괄하던 중국인 부총경리(부사장)가 지난해 경쟁사인 폭스바겐으로 옮긴 데 이어 올초엔 생산본부장을 맡았던 중국인 간부가 벤츠로 이동했다. 신성전자의 정 부장은 "공장이 있는 웨이하이시의 항시에 한국 기업만 200여개가 몰려있다"며 "작년까지만 해도 인력을 채용할 때 한국 기업에서 일하던 직원들은 받지 않기로 한 합의가 지켜졌는데 인력 부족으로 이미 깨져버렸다"고 털어놨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박승호 베이징센터장은 "현지 진출 외국 경쟁사뿐 아니라 중국 기업들도 다국적기업에 스카우트 공세를 펼치고 있어 인재 유지가 현지 진출 한국 기업들에 중대 도전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칭다오에서 무릎보호대 등 오토바이용 방호용구를 생산하는 YHC의 김기홍 법인장은 "중국인 직원을 인격체로 대우하는 게 중요하다"며 "지난 9월 공장장을 한국 주재원에서 중국인으로 교체하는 한편 1년 근속을 할 때마다 한 달치 급여를 인센티브로 주고 정기적으로 휴지나 수건 같은 생활용품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화통신 보도에 따르면 상하이 외상투자기업협회가 중국에 진출한 지 20년이 넘는 100여개 중대형 다국적기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최근 1년간(2004년 9월~2005년 9월) 평균 이직률이 16.7%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기업의 95%가 감내할 수 있는 이직률 상한선을 16.5%로 꼽아 이직률이 이미 위험수위를 넘은 것으로 파악된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