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APEC 회의에 참석한 외국 CEO들이 '한국의 투자환경과 성장전략'이란 주제로 열린 이희범 산자부 장관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우리나라 정부에 대해 여러가지 쓴소리와 고언들을 쏟아냈다. 규제, 교육과 노동정책의 수준 등 우리나라 투자환경의 문제점들이 너무도 적나라(赤裸裸)하게 드러났다는 느낌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시민단체 국회 정부 등의 개입이 심해 외국기업의 투자의사 결정에 불확실성을 주고 있다"는 지적은 우리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적시(摘示)했다고 본다. 말로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면서도 막상 들여다보면 각종 규제와 시민단체들의 간섭 등이 판을 치고 있다는 얘기다. 외국기업들이 이렇게 느낄 정도면 국내 기업들은 오죽하겠는가. 정부가 외국기업들에 투자하라고 홍보만 한다고 될 일이 아니란 점을 분명히 일깨워준 셈이다. 뿐만 아니라 교육과 노동분야 개혁을 재촉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빌 로즈 씨티은행 회장은 교육과 노동정책을 국제 수준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면서 한국이 동북아 금융허브가 되려면 경제자유구역뿐만 아니라 전체 한국이 더 국제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자유구역에서조차 교육과 노동정책을 두고 갈등을 빚기 일쑤인 것이 우리 현실이고 보면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는 얘기에 다름아니다. 정보기술(IT) 바이오기술(BT) 등 우리나라가 성장동력으로 꼽고 있는 분야들에 대한 충고도 적지않았다. 세계 최대 인터넷 경매회사인 이베이의 맥 휘트먼 사장은 IT분야의 우수한 인력과 기술기업들을 평가하면서도 공정경쟁 문제를 제기했다. 다국적 제약회사 머크의 데이비드 앤티스 아시아지역본부 회장은 BT산업의 환경 개선을 요구했다. 규제개혁과 투명성 확보, 그리고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신기술들이 제대로 성장동력 역할을 하려면 그에 걸맞은 제도와 환경을 갖추라는 얘기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는 여전히 미흡(未洽)하다는 뜻이고, 외국기업들은 바로 그런 점 때문에 망설이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외국 CEO들이 제기한 것들을 보면 그들이 얼마나 날카롭게 우리나라 투자환경을 꿰뚫어 보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산자부 장관은 앞으로 정책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화답했지만 정말이지 투자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안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