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팀이 또 이겼다. 감독이 바뀐 뒤 이란전에서 승리하더니 세르비아도 2 대 0으로 격파,이대로 가면 독일 월드컵 4강전 진출도 바라볼 수 있겠다는 말이 나온다. '안되겠다'던 한국축구 대표팀이 두 달이 채 안돼 이토록 좋아진 데 대해 너나 할 것 없이 신임 딕 아드보카트 감독의 리더십을 꼽는다. 아드보카트 용병술의 핵심은 원칙을 강조하는 단호함과 세심한 배려라고 한다. 취임과 함께 "누구도 주전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함으로써 정신력 해이를 막고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는 한편 정확한 지도와 코치에 대한 자율권 부여,개개인에 대한 따뜻한 격려 등으로 선수들의 행동과 실력을 바꿔 놨다는 것이다. 사실 부임 초기엔 우려의 소리도 없지 않았다. 국가대표팀 소집 첫날 선수들에게 "고급차를 몰고 오지 말라" "모임이나 이동 중에 휴대전화를 쓰지 말라"고 하고 숙소 또한 직접 배정했다는 등의 말이 나오면서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권위주의를 배제한 큰형 같은 감독"이란 평이 우세해진다. 말을 아끼고 포커 페이스를 유지함으로써 선수들을 긴장하게 하고 기강을 잡지만 인기에 상관없이 모든 선수를 불러 기자간담회를 열고,경기 전 메모지에 포지션별 움직임을 일일이 메모해 주고,교체아웃되는 선수들을 악수로 맞는 등 '덕장'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는 얘기다. 리더십의 기본요건은 '전문성'과 '헌신'이다. 실력이 탁월할 때 믿고,헌신적일 때 따른다. 지도자가 명심해야 할 필수조건은 '방향 제시(Direction) 권한 이양(Delegation) 추진력(Drive) 등 3D'고,카리스마보다 중요한 건 솔선수범과 공정한 평가라고 한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이런 점에서 일단 합격점을 받은 듯하다. 선진축구가 뭔지 알려주는 명확한 지휘와 균등한 기회 제공으로 국가대표팀의 정신력 재무장과 자신감 회복이란 당면과제를 해결했다는 아드보카트 감독이 앞으로도 모쪼록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독일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줬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