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선물거래에서 커다란 손실을 입은 중국이 다음 달로 예정된 결제일에 구리 현물을 인도하지 못하는 디폴트(결제 불이행)를 선언할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8일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구리의 양이 결제에 필요한 양에 턱없이 부족해 인도일에 필요한 물량을 거래소에 입고시키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소문이 퍼지면서 구리 선물 가격이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원자재 시장에 일파만파의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건 개요


최근 중국 국가물자비축국(SRB) 소속의 류치빙이라는 트레이더가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20만t의 구리 선물을 매도했다가 구리 가격 상승으로 손실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자 돌연 자취를 감췄다.


선물 매도는 상품 가격이 하락할 것을 예상해 미리 파는 것으로 예상대로 가격이 떨어질 경우 처음 매도시보다 싼 가격으로 현물을 매수,결제일에 거래소에서 상품 현물을 인도하는 파생상품 계약을 말한다.


구리가격은 그러나 류의 예상과는 달리 최근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급등, 약 3억달러의 손실을 입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LME에서 3개월물 구리 선물은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t당 4185달러까지 올랐다.


리우의 선물 매도가격은 평균 3500달러 정도였다.


문제는 오는 12월21일로 예정된 결제일에 중국 정부가 손실을 무릅쓰고라도 구리 현물을 LME 창고에 입고시켜 결제를 해야 하나 중국이 보유 중인 구리 재고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중국


중국은 현재 류라는 트레이더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LME에 근무했던 변호사 마크 토퍼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가 류의 존재를 부인한다는 것은 중국이 결제일에 구리를 결제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국내 한 선물 회사 관계자는 "결제 물량이 부족해도 중국이 인도일 전에 손절매를 하면 디폴트의 가능성이 없는데도 중국이 모호한 입장으로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그동안 이례적으로 구리를 팔며 가격 하락을 유도했던 중국이 의도대로 가격이 내리지 않자 은근히 디폴트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입장은 일관성이 없다.


한때는 리우가 SRB 소속이지만 거래는 리우의 독자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어서 중국 정부는 무관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어떻게 매듭지어질지는 불투명하지만 중국이 세계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거래 시스템이나 책임소재가 자본주의 국가와 달리 불분명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