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부산 벡스코 주변은 곳곳에서 차량과 사람의 통행이 통제되고 인근에 경찰병력 등이 대거 배치되는 등 계엄 상태를 방불케 했다. 또 시내 곳곳에는 반(反)APEC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는 하루 종일 긴장감이 돌았다. 하지만 정상회담이 열린 벡스코 안에선 각종 화려한 문화공연이 펼쳐지는 등 축제 분위기가 연출돼 대조를 이뤘다. ○…부산 APEC정상회의가 개막되기 직전인 18일 오후 1시께부터 행사장인 부산 벡스코 1층 전시관 앞으로 검은색 고급 리무진 승용차 수십여대가 차례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오후 2시부터 벡스코 2층 대회의실에서 '무역자유화의 진전'이란 주제로 열리는 1차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21개 APEC 회원국 정상들과 수행원들을 태운 의전차량.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 등 19개국 정상들은 당초 알려진 대로 현대차가 이번 APEC을 위해 특별 생산한 '에쿠스 리무진'을 타고 벡스코 북쪽 1층 로비에 도착했다. 그러나 16번째로 도착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21번째로 마지막 등장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에쿠스 대신 자국에서 직접 공수해온 방탄 캐딜락 리무진과 메르세데스-벤츠 리무진 전용차를 타고와 눈길을 끌었다. 특히 미국측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똑같은 종류의 캐딜락 2대를 잇따라 입장시킴으로써 어느 차량에 부시 대통령이 타고 있는지 식별하기 곤란하게 하는 치밀한 경호작전을 펼쳤다. 미·러 정상이 대회 정상용 공식 의전차량인 에쿠스 대신 자신들의 전용차량을 타고 온 것은 강대국 원수로서의 특별한 경호문제와 양국 간 신경전까지 고려한 탓인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저녁 벡스코 정상만찬의 건배주로 선정된 '천년약속' 생산회사의 대표는 이날 만찬에 초청받았지만 고사해 화제.김성렬 대표는 부산을 대표하는 벤처기업인의 한 사람으로 초청됐지만 "건배주 선정이라는 영광이 주어졌는데 더 이상 욕심내지 않겠다"며 부산시에 양해를 구했다. 김 대표는 "정상 건배주로 선정됐다고 교만해지거나 자만에 빠지지 않고 더욱 겸손한 자세로 열심히 경영에 전념해 세계적인 술로 성장하라는 채찍의 의미로 받아들인다"고 말하기도. ○…APEC CEO 서밋 스폰서 기업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기업 홍보에 열을 올렸다. 세계 최대 물류업체 DHL은 롯데호텔에서 서밋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배송업무 서비스를 제공했다. DHL 부스에는 화물을 맡기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17일에는 100여명이,18일에는 200명 가까이 물건을 맡긴 것으로 회사측은 추정했다. 서밋 공식항공사인 대한항공은 회의가 진행되는 3층에 2개의 부스를 붙여 만든 홍보관을 마련했다. 항공권 예약,발권 등의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홍보관 한쪽에는 에어버스가 개발한 초대형 여객기 A380을 40분의 1로 축소한 모형을 전시하고 있다. 미국의 타임워너사는 홍보부스에 커피 기계를 가져다 놓고 라운지처럼 꾸며 서밋 참가자들에게 무료로 커피를 제공하고 있다. 3층에 부스를 마련한 마이크로소프트(MS)는 자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무료 컴퓨터 교육프로그램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APEC 기업인자문회의(ABAC)와 최고경영자 회의(CEO서밋) 참석 경제인의 배우자들은 18일 하루 한국과 부산문화 체험에 열중했다. 배우자 60여명은 18일 오전 일찍 숙소를 출발,부산민속생활관을 둘러보고 경남 김해시로 이동해 가야문화를 체험했다. 지난 17일에는 부산여대에서 한복을 입고 전통 다도를 체험하고 부산의 쇼핑가인 광복동과 국제시장을 찾아 전통공예품 등을 구경했다. 한편 ABAC 및 CEO서밋 참가 경제인 70여명은 19일 부산북항과 진해경제자유구역,르노삼성자동차 등을 시찰하며 일부는 부산지역 기업들인과 친선골프경기를 갖는다. 부산=김태현·김용준·유승호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