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멕시코 칠레 호주 태국 정상들은 18일 부산 롯데호텔에서 이틀째 열린 최고경영자회의(CEO서밋)에 참석,800여명의 기업가를 상대로 기조 연설을 하거나 개별 접촉을 갖는 등 분주한 '세일즈 외교'를 펼쳤다.


이들 정상은 한결 같이 자국 경제의 개방성을 강조하고 외국 기업들의 투자 유치를 적극 요청했다.


특히 탁신 치나왓 태국 총리는 연설 말미에 구체적인 투자 규모를 언급하며 "태국 정부가 추진 중인 정보기술(IT) 및 교통 인프라 현대화를 위한 공공입찰에 적극 참여해줄 것"을 기업인들에게 요청하기도 했다.


이 밖에 비센테 폭스 멕시코 대통령은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과 별도 면담을 갖고 한국과 멕시코 간 항공부문 협력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눌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 "지금이 한국 투자 적기"


노 대통령은 먼저 한국 경제의 개방 정도를 소개하면서 "이미 1만6000여개의 외국인 투자기업이 진출해 있고 이 가운데 263개 기업은 포천지 선정 세계 500대 기업"이라고 밝혔다.


또 "명실상부한 선진경제,동북아 물류와 금융 연구개발(R&D) 허브로 발돋움해 나가려 한다"며 "지금이 한국에 투자해야 할 적기"라고 강조하는 등 외국 기업의 투자를 설득력 있게 촉구했다.


노 대통령은 "가능성을 보고 도전했을 때 이익도 그만큼 클 것"이라며 외국 기업인들에게 한국 경제의 미래를 확신시키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투명성 문제에 대해서도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을 만드는 개혁도 꾸준히 진행해왔다"고 소개하면서 "관치경제 관치금융 정경유착이란 말은 이미 사라졌다"고 역설했다.


◆정상들,개방경제·자유무역 강조


외국 정상들은 기조연설을 통해 자국의 경제정책 우선순위를 간접적으로 피력했다.


특히 '자유무역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란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선 폭스 멕시코 대통령은 자국의 경험을 소개하며 자유무역 확대를 위한 세계 경제 지도자들의 노력을 촉구했다.


폭스 대통령은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는 것은 자유무역 뿐"이라며 "멕시코는 43개국과 자유무역관계를 맺어 고용을 창출해왔고 성장의 토대를 만들었으며 실업률도 낮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리카르도 라고스 칠레 대통령은 "반덤핑이나 지식재산권 문제는 다자간 레벨에서 협의해야 하는 것으로 양자간 협정이 이를 대체할 수는 없다"며 "다음 달 홍콩에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서 APEC 차원의 협정을 통해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이 타결되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고스 대통령은 "국가 간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다자간 협정을 체결하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 "다자간 레벨에서 협상에 성공한다면 더 많은 양자간 협정이 탄생할 것이며 이를 통해 각국 국민들의 삶의 질도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존 하워드 호주 총리는 조류인플루엔자(AI) 쓰나미 등 각국의 경제발전에 엄청난 타격을 주는 자연재해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가 공동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탁신 치나왓 태국 총리는 '세계화의 당면과제와 도전'이라는 주제의 기조 연설에서 "인간적인 얼굴을 가진 세계화를 실현해야 한다"며 "사회주의의 가슴으로 자본주의를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탁신 총리는 또 "APEC 회원국은 경제적 문화적 정치적인 다양성을 갖고 있다"며 "이러한 다양성은 재화와 자본 등의 이동을 관리하는 데 큰 힘이 될 수 있지만 APEC 회원국 간 양극화를 극복하지 못하면 오히려 분열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태국이) 사회기반시설 구축을 위해 내년 상반기에 4500만달러 규모의 공공분야 입찰을 진행한다"며 "서밋에 참가한 기업인들은 입찰 때 무엇을 제안할 것인지 생각해달라"고 밝혔다.


부산=허원순·류시훈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