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델 카스트로(79)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파킨슨병에 걸렸다는 `미 중앙정보국(CIA) 발' 뉴스가 나온 직후 쿠바의 젊은 대학생들 앞에서 장장 5시간에 걸친 즉석연설을 펼쳐 노익장을 과시했다. 카스트로 의장은 17일 오후부터 아바나 대학에서 18일 새벽까지 무려 5시간 이상 서서 자신의 아바나 대학 입학 60주년 기념연설을 했다고 쿠바 공산당 기관지 그란마 인터넷판이 보도했다. 앞서 하루 전 미국 정부의 한 관리는 카스트로 의장이 파킨슨병에 걸렸으며 병세가 악화돼 공적인 임무 수행이 힘들어졌다는 CIA 분석 정보가 나왔다고 밝혔다. 카스트로 의장은 입학 기념 행사장에 모인 젊은이들에게 불굴의 혁명 정신을 진작하고 유지하기 위한 능력을 민중들과 특히 청년들이 갖추고 있다고 굳건히 믿는다면서 제국주의에 의해 파괴되서도 내부로부터 붕괴해서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카스트로 의장은 또 현재 쿠바에는 가솔린이나 다른 물품들을 훔쳐 '새로운 부유층'이 생겨나고 있다면서 부패와 일탈행위들을 없애고 혁명정신을 강화하지 않을 경우 "우리는 망할 것"이라며 필사의 정신으로 반부패 캠페인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와병설과 관련해 카스트로 의장은 "그들(미국)이 매일 나를 죽이기 때문에 내가 정말 죽는 날에는 아무도 그 사실을 믿지 않을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그는 또 "파킨슨 병에 걸려도 개의치 않겠다"면서 "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파킨슨병 투병 중에도 수 년동안 전세계를 방문했다"고 덧붙였다. 관측통들은 지난해 사고 이후 카스트로의 걸음걸이가 눈에 띄게 느려졌으며 달 변가인 그가 연설 중 부정확한 발음을 내거나 내용의 중심을 잃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고 지적해 왔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카스트로가 정기적으로 장시간 연설을 하는 것을 보면 원기 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카스트로의 건강에 대한 의혹과 사후 쿠바의 정치적 미래에 대한 우려는 지난 2001년 타는 듯한 햇볕 아래서 연설을 하다 잠시 졸도하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김영섭 특파원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