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정치권은 물론 금융계 안팎에서도 "국책은행이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금융시장을 독식한다"는 비난이 쏟아진다.


산은의 업무영역을 제한하는 법률 개정안까지 상정될 정도다.


일각에서는 산은의 민영화까지 거론된다.


산은측은 "정부 프리미엄을 업고 민간영역을 침해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하지만 외로운 싸움이다.


곧 선임될 신임 총재가 산은의 정체성을 어떻게 정립할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올 하반기 2건의 산은법 개정안이 상정됐다.


모두 의원 입법이다.


하나는 회사채 인수 제한에 관한 것이고,다른 하나는 금융자회사 소유금지에 관한 내용이다.


이 법이 통과되면 산은은 투기등급을 제외한 회사채(공모)를 인수할 수 없으며,대우증권 산은캐피탈 등도 매각해야 한다.


산은 관계자는 "올 들어 공모 발행된 투기등급 채권은 700억원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회사채 인수에서 손을 떼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산은의 회사채발행 시장점유율은 지난 2000년 12.2%에서 2004년 19.4%,올해(1~9월) 26.1%로 높아졌다.


자회사인 대우증권과 합치면 30%를 훌쩍 넘긴다.


증권업계에선 "산은 거래 기업들이 산은의 눈치 때문에 다른 증권사에서 회사채를 발행하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인수합병(M&A) 벤처투자 등 투자은행(Investment Banking) 분야에서도 산은은 국내 금융권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올 들어 10월까지 산은의 벤처투자 금액은 지난해 전체(445억원)의 4배가 넘는 19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벤처투자의 30%에 육박하는 것이어서 "산은이 과도하게 벤처시장을 지배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은행 때리기'의 핵심은 "공공부문이 민간부문의 경쟁력 향상을 저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산은이 민간영역을 침범하지 말든지,민영화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는 산은의 민영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정부의 세수 부족도 여기에 힘을 더해준다.


물론 "그렇게 되면 외국계가 반사이익은 고스란히 챙길 공산이 크다"는 게 산은의 주장이다.


이윤우 부총재는 "해외채권 발행,M&A주선 등에서 랭킹 5위권에 들어가는 국내 기관이 유일하게 산업은행"이라면서 "그나마 외국계를 견제하는 산은의 손발을 묶으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팀장은 "현재로선 어느 누구의 잘못을 탓하기 어렵다"며 "산은의 업무영역 제한은 중장기적으로 민영화와 결부해 풀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