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전업계에 구조 개편 바람이 불고 있다. 산요전기가 지난주 말 11개 가전 업체 중 처음으로 종합 가전 메이커 포기를 선언했다. 파이어니어는 21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가전 사업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다. 닛케이비즈니스는 최신호(21일자)에서 '전기업계 운명의 갈림길'이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디지털 가전의 가격 인하 경쟁으로 수익성이 나빠진 데다 삼성전자 등의 공세에 밀려 구조 개편 도미노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산요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사상 최대인 2330억엔가량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주 말 재건 계획을 통해 냉장고 에어컨 등의 가전부문을 다른 회사와 합작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판매 부진을 겪는 슬림형 TV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로 했다. 대신 충전지 및 디지털 카메라 등에 주력키로 했다. 부회장을 포함,임원 2명을 경질하고 임원 보수는 최고 50% 삭감하기로 했다. 또 내년부터 간부직과 일반사원에 대해서도 임금을 각각 20%와 5% 깎기로 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1조2000억엔의 부채를 줄일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며 회사 재생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파이어니어는 21일 열리는 임시 이사회에서 회장과 사장이 경영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 또 임직원의 보수 삭감과 사업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다. 가격 인하 경쟁으로 적자 폭이 커진 DVD레코더의 경우 설계 및 생산을 중단하고 OEM 생산으로 바꾸기로 했다. 관련 사업부 종업원 1000명도 감축할 계획이다. PDP TV는 국내 6개 생산 공장 중 지난달 2개 공장을 폐쇄한 데 이어 추가 감축을 검토 중이다. 다른 AV(오디오 비디오) 제품 공장도 통폐합하기로 했다. 관련업계는 11개 업체 중 올해 적자가 예상되는 소니,일본 빅터,파이어니어,산요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