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세 번째 방중(19~21일)에서 당초 예상과 달리 위안화 절상 및 대중(對中) 무역적자 감축을 위한 구체적인 약속을 받아내는 데 실패했다. 20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 회담에서 합의한 '중국과 세계의 이익이 된다는 원칙 아래 위안화 환율개혁이 흔들림 없이 지속되도록 한다'는 것은 중국 지도부가 되풀이해 온 발언과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미 행정부에 대중 위안화 절상 압박을 요구하는 미 의회의 목소리가 거세질 전망이다. 미 의회는 찰스 슈머 상원의원(민주당) 등의 주도로 이른 시일 내 위안화 환율개혁을 더 빨리 단행하지 않으면 중국산 수입제품에 27.5%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특히 미 재무부가 오는 25일 내놓을 '환율 보고서'에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라는 정치권의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함으로써 대결 국면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아주 낮다"며 "미국은 중국에 외압을 가하지 않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환율 개혁에 나설 시간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부시 대통령은 이번 방중에서 중국에 종교 및 정치 자유화를 촉구했다. 그가 20일 오전 빡빡한 일정을 쪼개 톈안먼 광장 서쪽 강와스 교회에서 예배를 본 것도 종교 자유화를 압박하는 제스처로 풀이됐다. 후 주석은 부시 대통령의 전방위적 압박에 미국 보잉사 비행기를 대거 구매해 주는 선물로 대신 화답했다. 중국항공기재 수출입공사는 정상회담 기간 중 보잉737 여객기 70대를 사주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은 40억달러어치다. 중국항공기재 수출입공사는 조만간 80대를 추가로 구매할 예정이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