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SUV도 3천만원대 ‘질주’ .. 수입차시장 흽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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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오후 4시 서울 청담동 혼다 강남전시장.3000만원대 중형 세단인 '어코드'와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인 'CR-V'가 각각 3대씩 자리한 사이로 가족 단위 고객들이 영업사원으로부터 차량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그랜저나 렉스턴 정도 가격에 수입차를 가질 수 있다"는 영업사원들의 설명에 고객들이 반응한다.
어코드 내부를 꼼꼼히 살피던 한 고객은 이내 상담실로 들어가 구체적인 계약조건을 따지기 시작한다.
혼다코리아 강남딜러인 두산모터스의 조성민 팀장은 "어코드와 CR-V에 대한 고객들의 문의가 최근 들어 부쩍 늘고 있다"며 "혼다 매장을 찾은 고객의 90% 이상은 어코드나 CR-V의 가격이 브랜드 파워나 성능에 비해 싸다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2000만~3000만원대 중저가 수입차들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올 들어 10월까지 4796대나 팔렸을 정도다.
이는 작년 1년치 판매대수(3672대)보다 30%가량 많은 것.전체 수입차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15.7%에서 20.1%로 껑충 뛰어올랐다.
3000cc급 중대형 세단인 포드 파이브헌드레드(3880만원)는 국내 출시 4개월여 만에 월별 판매 대수에서 렉서스 ES330에 이어 2위에 올랐고,폭스바겐 파사트(3990만원)는 출시하자마자 2000cc 이하급 차량 중 '지존' 자리를 꿰찼다.
혼다 CR-V는 2990만원이란 파격가를 앞세워 지난해 국내에 선보인 이래 수입 SUV 1위 자리를 내놓지 않고 있다.
다임러크라이슬러의 PT크루저(세단형 2990만원·카브리오 3450만원) 역시 올 들어 현재까지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25%나 늘어난 258대로 확대됐다.
중저가 수입차 판매가 '폭발'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크게 두가지.수입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면서 '수입차=특권층이나 졸부가 타는 값비싼 차량'이란 등식이 무너진 게 촉매제가 됐다면,저렴한 외제차들이 대거 수입되면서 국산차와의 가격차가 좁혀진 것은 결정타가 됐다.
"국산차를 몰던 사람도 살짝 까치발만 들면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수입차를 가질 수 있는 시대가 됐다"(정우영 혼다 코리아 사장)는 얘기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임에도 품질이나 편의사양이 뛰어나다는 점도 중저가 차량이 인기를 끄는 요인으로 꼽힌다.
웨인 첨리 다임러크라이슬러 코리아 사장은 "이제 한국에서도 수입차는 부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닌 고객들이 자동차에 대해 갖고 있는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구입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중저가 모델은 지난 몇 년 새 빠르게 국내에 소개되고 있다.
현재 판매 중인 4000만원 이하 수입차 모델은 모두 28개.이는 14개에 불과했던 2002년에 비하면 2배 늘어난 것이다.
차종도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이 가격대에선 소형 수입차를 사는 데 만족해야 했지만 이제는 소형은 물론 중대형 세단(포드 파이브헌드레드 등)과 컨버터블(다임러크라이슬러 PT크루저 카브리올레 등),SUV(혼다 CR-V 등) 등 대부분 차종을 살 수 있게 됐다.
박동훈 폭스바겐 코리아 사장은 "일본의 경험에 비춰볼 때 한국도 오는 2010년께면 수입차 비중이 현재 3%대에서 6~8% 수준까지 오를 것"이라며 "럭셔리카는 시장 확대에 한계가 있는 만큼 앞으로 늘어날 3~5%포인트의 대부분은 중저가 수입차가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