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체는 기아자동차가 옵티마 이후 5년 만에 내놓은 중형 세단이다.


'약점'으로 꼽혀왔던 중형 세단 시장에서 새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선보인 야심작이다.


겉모양은 쏘나타와 다르지만 엔진과 변속기 등 핵심부품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품질과 기술력은 출시 전부터 이미 검증받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외관은 쏘나타와 사뭇 달랐다.


'튀는 스타일'보다는 간결한 선을 이용,정제된 외관미를 표현하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했다.


보다 다양한 계층을 아우를 수 있는 장점이 커 보였다.


중후하게 자리잡은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에서는 당당함과 자신감이 묻어나왔다.


시원스레 뻗은 옆 라인과 세련된 원형 4등식 리어램프로 마무리한 뒷모습도 돋보였다.


운전석에 앉아봤다.


시트가 편안하게 몸을 감싸준다.


실내공간은 준대형급.머리 위 공간(헤드룸)이 충분해 답답하지 않았고 앞뒷자리의 다리 공간(레그룸)이 여유있어 오래 앉아있어도 불편하지 않았다.


제원표에 따르면 로체의 전고(높이)는 경쟁차종인 쏘나타와 뉴SM5보다 높다.


계기판의 화이트와 블루 조명이 눈에 확 띄었다.


국산 중형차로는 처음 적용했다는 액정표시장치(LCD) 타입의 연료 및 온도 게이지도 돋보였다.


기아차는 로체를 '반응이 좋은 차'라고 설명했다.


응답성과 코너링이 뛰어나다는 의미에서다.


실제 시동을 켜고 가속페달을 밟자 수긍이 갔다.


운전대는 예상 외로 부드러웠다.


밟으면 밟는 대로 나가고 급한 코너에서도 흔들림이 없었다.


로체는 소음 대책에도 신경을 많이 쓴 티가 났다.


시동을 걸면 엔진소리가 차분하게 잦아들고 주행 중에는 소음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옆좌석의 동승자는 "쏘나타보다 조용한 것 같다"고 칭찬했다.


시승차(LEX 20)에는 텔레매틱스 시스템인 모젠 내비게이션(MTS250)이 장착돼 있어 훨씬 편리했다.


버튼 하나로 전화는 물론 인터넷에 길안내 상담까지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로체의 등장으로 올 겨울 중형차 시장이 한층 후끈 달아오를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