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일 전 국정원 차장의 갑작스런 사망이 큰 파문을 낳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전 차장을 조사했던 검찰은 물론 청와대와 정치권,김대중 전 대통령과 국가정보원 측도 큰 충격에 휩싸였다. 21일 밤 이 전 차장이 변사체로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수사를 맡아온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들은 21일 밤 늦게 청사로 출근해 사건 경위를 파악하느라 긴박한 모습을 보였다. 유재만 특수1부장은 자택에서 황급하게 나온 듯 오후 11시10분께 캐주얼 복장으로 검찰청사로 출근해 미리 청사에 나와있던 김강욱 부부장 검사로부터 사건 경위를 보고 받았다. 검찰 고위 관계자들도 유 부장검사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어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느라 촉각을 곤두세운 모습이었다. 검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담당검사를 현장에 보내 직접 현장감식을 지휘토록 했으며 경찰 고위간부들도 눈에 띄는 등 이번 사건의 폭발력을 실감케 했다. 청와대 역시 "우선 정확한 경위부터 파악돼야 한다"며 반응을 자제했지만,뜻밖의 사태에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면서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였다. 여야 정치권도 이번 사건의 후폭풍을 걱정하면서 당혹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열린우리당 측은 "아직 사인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뭐라고 이야기 할 수 없다"면서도 이번 사건이 자칫 '정치적 악재'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한나라당 나경원 공보담당 원내부대표는 "이런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며 "한 개인의 책임이라기보다 정권 차원에서 자행된 일"이라고 말했다. 소식을 접한 DJ 측도 착잡함을 감추지 않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경환 비서관은 "어떻게 이런 일이¡@"라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밤 동교동 사저에서 이 전 차장의 사망 소식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즉각적인 반응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국정원은 상당히 침통한 반응을 보였다. 임동원·신건 두 전직 원장의 구속에 이어 또 다시 불행한 사태가 발생했다며 망연자실해하는 분위기였다. 일부에서는 이번 일로 검찰 수사가 역풍에 휘말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가 하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도청사건 수사가 적절한 선에서 마무리되기를 바라는 바람도 없지 않았다. 조일훈·주용석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