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07:14
수정2006.04.03 07:16
찬바람이 불면 산행을 갔다왔다거나 창문을 열고 장시간 운전한 사람들은 으레 구안와사로 진료실을 찾아오곤 한다.
구안와사는 풍한(風寒)의 사기(邪氣)가 침입해 주인처럼 행세하는 반면 정기(正氣)는 쫓겨나 입과 얼굴이 돌아가는 증상이다.
얼굴은 사람을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부위인 만큼 구안와사가 나타나면 사회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받게 되고 심하면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까지 유발될 수 있다.
구안와사는 서양의학에서 안면신경마비라고 한다.
'벨씨 마비'라고 하는데 주로 한쪽에만 증상이 나타난다.
환측(患側)은 불쾌감이나 통증이 느껴지다가 갑자기 눈이 감기지 않고 눈물이 자꾸 나며 이마에 주름이 잡히지 않고 펴진다.
입아귀는 정상인 반대편 건측(健側)으로 당기어져 비뚤어지며 발음이 잘 되지 않고 음식이 환측의 치아와 볼 사이에 끼며 침이 흘러나오게 된다.
때로는 미각이 감퇴하고 청각이 과민해지기도 한다.
치료하지 않고 오래두면 환측의 안면근이 경련하고 건측으로 비뚤렸던 입아귀가 환측으로 옮아가기도 한다.
또 흔치 않지만 귀 부위의 통증과 귓바퀴에 물집과 발진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 서양의학에서는 '램지-헌트 증후군'이라고 하는데 대상포진 바이러스 감염이 주된 원인이다.
단순한 안면신경마비보다 치료하기 어렵다.
구안와사는 뇌와 중추신경계에 문제가 생긴 중풍(뇌졸중)과 달리 말초신경계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지나치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75∼80%가 만족스럽게 회복된다.
그러나 10∼15%는 불완전하게 치료되거나 후유증이 남게 된다.
마비가 시작된 후 3∼10일 이상 방치하면 완전마비가 오게 되므로 초기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치료를 시작하면 초기에는 증상이 더디게 호전되지만 2~3주 지나면 뚜렷한 회복을 보게 된다.
4~6주 후에도 회복되지 않으면 장기적인 후유증이 남게 된다.
치료는 풍한과 어혈을 제거해 경락의 소통을 원활하게 해주는 것이다.
침·부항 치료가 주가 되며 한약으로는 연교패독산,이기거풍산,견정산 등을 복용하게 된다.
환자는 하루 2∼3회 온찜질을 하고 안면근육이 움직이는 방향을 따라 마사지하거나 하관·지창·협거·인중과 같은 경혈 부위를 뻐근할 정도로 지압해주면 회복에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이 밖에 물리요법,첩대(테이핑)요법,약침치료를 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