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가 넘으면 누구나 한번쯤 호소하는게 어지럼증(현훈)이나 가는 귀 먹음(노인성 난청),귀울림(이명) 등 이비인후과 질환이다.


최근에는 과도한 스트레스로 40대 중에서 이런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을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다.


이 같은 질환에 대해 의료계는 아직 정확한 발병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스트레스가 확실히 이런 질환을 부추기는 요인이지만 발병의 직접적인 출발점은 아니라는게 의료계의 진단이다.


다만 유전적인 요인이 의외로 지대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게 최근 알려진 사실이다.


현기증은 약물요법이나 운동치료로 비교적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난청은 청각이 떨어지는 것을 막을 길이 없으나 상태가 나빠지면 보청기 사용이나 수술로 치료할 수 있다.


이명은 아쉽게도 속시원한 치료책이 나와 있지 않다.


이명은 성인의 20%가량이 갖고 있으며 이 중 20%는 증상이 심각해 병원을 찾을 정도며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고 호소하는 환자도 5%나 된다. 일종의 증상일뿐 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지나친 염려를 하지 않는 게 치료의 시작이다.


다행히 이명의 80∼90%는 일과성으로 지나간다.


문석균 중앙대 이비인후과 교수는 "이명의 원인을 추정할 수 있는 경우는 71%이고 나머지 29%는 짐작조차 하기 힘든 것으로 연구돼 있다"며 "향후 20년이 지나도 이 문제를 풀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명 치료법으로 한동안 유행했던 음차폐요법은 '한물 간'상태다.


문 교수는 "카세트 테이프를 이용해 이명소리보다 높은 음량과 다른 음색의 소리를 하루 4∼8시간 듣는 음차폐요법이 수년전 성행했으나 지금은 효과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새로 부각된 게 TRT(이명재훈련)요법이다.


의사와 장시간 반복적인 상담을 함으로써 이명을 무시하고 지낼 수 있는 자신감을 갖고 기존 방식과 달리 음을 절반가량만 차폐함으로써 이명 소리에 적응하는 치료법이다.


12개월 이상 실시하면 대뇌피질과 자율신경계가 이명 상태에 둔감해져 대다수 환자에서 증상이 완화될 수 있다.


다만 지루한 치료과정을 환자가 끝까지 참아내는 게 관건이다.


문 교수는 "이명은 마땅한 치료제도 없다"며 "은행잎 추출물 같은 혈액순환개선제나 뇌신경부활제를 권하기도 하지만 사실상 마땅한 약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가는 귀를 먹는 것은 대부분 소리를 전달하고 증폭하는 달팽이관(와우) 내 유모 세포가 파괴되거나 청각을 뇌로 전달하는 와우 내 청각세포 숫자가 정상 이하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를 유발하는 것은 소음이나 노화로 인한 청각신경 변성,귀에 독성을 일으키는 약물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유전적 요인이 강조되고 있다.


이호기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소아난청이나 40대이후에 나타난 노인성 난청의 절반은 유전적인 문제로 추정되고 있다"며 "유전자의 돌연변이와 결손,그에 따른 세포 내 단백질의 이상발현이 난청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나이 들면 청각기관이 퇴화해 65∼75세의 25∼40%가 노인성 난청을 보이지만 이를 당연시해서는 안 된다"며 "가족력 소음 약물 스트레스 등을 관리해 청력이 나빠지지 않도록 주의한다면 청력감퇴 속도를 최대한 지연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어지럼증은 원인이 다양하지만 어느 정도 규명이 가능하고 말초 또는 중추신경계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일단 약물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일부 수술로 치료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낫기 쉬운 이비인후과 질환으로 간주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