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21세기 의학의 도전 : (4) 당뇨병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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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은 인슐린 결핍이나 기능저하(저항성)로 혈당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대사질환이지만 궁극적으로 혈관에 문제가 생기는 병이다.
극심한 고혈당에 의해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대개는 혈관에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증상이 없다.
당뇨병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제2형(성인형) 당뇨병은 진단되기 전 오랫동안 정상기준치 이상의 혈당을 보이며,진단 당시 이미 동맥경화나 망막혈관병증과 같은 합병증이 진행돼 있는 경우가 많다.
2000년 미국 질병통제센터(CDC) 발표에 따르면 매일 2200명의 당뇨병 환자가 새로 생기며 512명의 환자가 당뇨병으로 사망한다. 66명의 환자가 실명하고 77명이 말기 신부전으로 투석이나 장기이식을 호소하며 153명이 하지절단을 겪게 된다고 한다.
이처럼 당뇨병은 소리 없이 나타나 우리 몸을 좀 먹고 인생을 황폐화시키는 병이다.
고령화시대를 맞아 당뇨병은 더욱 늘어날 것이며 인류에게 공포로 다가올 게 분명하다.
그러나 DCCT나 UKPSD와 같은 대규모 연구결과에 따르면 혈당을 철저히 관리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망막병증 신장병증 신경병증 같은 당뇨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등을 잘 관리하면 당뇨병과 연장선상에 있는 협심증 심근경색증 뇌졸중 등도 예방할 수 있다.
당뇨병에는 여전히 식사요법과 운동,주기적인 혈당측정이 약물요법보다 중요하다.
약을 먹고 관리가 잘되던 환자가 갑자기 혈당이 증가했다면 평소와 달리 과식을 했거나 스트레스를 과도하게 받았거나 아파서 운동을 못했거나 하는 등의 분명한 이유가 있다.
외식을 할때 맛있는 식사가 눈앞에 닥치더라도 이를 절제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식사를 한 후 빠뜨릴 수 없는 게 운동이다.
심장과 혈관을 튼튼하고 탄력있게 만드는 유산소 운동과 더불어 잉여혈당을 적절히 태워 없애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근력운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바빠서 운동을 못 한다는 것은 궁색한 핑계다.
밥 먹듯이 운동도 해야 한다.
혈당을 규칙적으로 체크해봐서 내가 먹는 약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하는지 알아야 한다.
이를 모르고 약만 먹으면 때로는 약이 독이 될 수도 있다.
혈당을 측정해 나온 수치가 기대에 못 미치면 스트레스를 받고,반대로 기대치 이상이어서 만족하고 안이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혈당측정은 질병관리를 위한 수단일뿐 관리를 잘했느니 못했느니 확인증을 받자는 게 아니다.
다가올 유비쿼터스 환경에서는 측정된 혈당이 휴대단말기를 통해 의사 영양사 운동처방사에게 전달되고,이는 실시간으로 분석돼 적절한 약물·식사·운동처방이 환자에게 통보될 것이다.
전문적 체계적 혈당관리가 이뤄지면 혼자서 모든 것을 감당하는 것보다 훨씬 수월할 것이다.
아울러 미래에는 당뇨치료에도 맞춤약물치료가 이뤄질 것이다.
당뇨병과 관련 합병증을 유발하는 여러 유전자들이 규명되고 있어 개인의 유전적 결함을 안다면 이를 바탕으로 가장 적합한 약물을 선택해낼 수 있을 것이다.
또 인슐린을 생산하는 췌장베타세포나 췌도를 이식하는 방법도 면역거부반응 문제만 해결하면 실용화가 머지 않을 것으로 본다.
정인경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내과 교수·낸시 버크만 하버드교육병원 국제협력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