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으로 추진했던 종합투자계획이 '용두사미'가 돼 가고 있다. 종합투자계획의 핵심인 리스 방식의 민자유치사업(BTL)은 올해 실제 집행액이 지난해 말 정부가 제시했던 기대치 3조~4조원의 10% 안팎에 불과할 것으로 보이는 데다 고속도로 자산담보부증권(ABS) 발행,고속도로 민자사업 전환 등도 사업 진척도가 예상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당초 정부가 '한국판 뉴딜'이라며 '불경기 해결사'로 선전했던 종합투자계획이 1년도 못돼 흐지부지되고 있는 셈이다.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새해를 한 달 남짓 남긴 21일까지 고시된 BTL 사업은 사업 대상 105건 중 67건(63%)에 그쳤다. 이 가운데 21개 사업이 우선협상자를 선정했지만 'BTL 간판'을 달고 공사를 벌이고 있는 곳은 1호 사업으로 고시된 충주비행장 군인아파트(국방부 주관) 한 곳뿐이다. 기획처 내부자료에 따르면 BTL의 올해 실제 집행 규모는 4600억원(설계비 등 부대비용 포함,공사비는 2000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그나마 현재 우선협상자를 선정해 계약을 체결 중인 20개 사업이 연내에 착공된다는 전제여서 실제 집행 규모는 불확실하다. 기획처 관계자는 "사업자 선정이나 협상이 당초 생각보다 지연돼 사업 진척이 더뎌지고 있다"며 "처음엔 종합투자계획으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포인트(약 7조원) 올려야 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던 만큼 사업 대상이나 추진 스케줄을 물량 위주로 잡았던 게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종합투자계획의 하나인 고속도로 ABS 발행 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다. 정부는 도로공사를 통해 영동선 관리권을 담보로 ABS를 발행,1조원을 조달한다는 방침이었지만 진통 끝에 이달 초에야 목표의 절반 수준인 5000억원 규모를 발행했다. 부산~울산,여주~양평,무안~광주 간 고속도로 등 3개 고속도로 사업을 민자로 전환하겠다던 계획도 여주~양평은 민자 대상에서 도중 하차했고 나머지 2건도 협상이 답보 상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7월까지만 해도 정부의 경기대책으로 최우선적으로 거론되던 종합투자계획은 슬그머니 2선으로 밀려나는 분위기다. 총괄 부처인 재경부가 종합투자계획의 진척 상황을 종합하고 있지 않다는 점도 이 같은 분위기를 뒷받침한다. 재경부 관계자는 "솔직히 내년 경제운용에서 종합투자계획은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고 털어놨다. 유일호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국가 재정에 20년,30년간 영향을 미칠 민간투자 사업을 경기 부양을 위한 단기 처방으로 밀어붙이려는 접근부터 잘못된 것"이라며 "민간 투자로 인프라를 보완하는 방향은 바람직한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적절한 사업을 정교한 계획에 따라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재경부가 지난해 말 '함께 풀어가는 종합투자계획'이라는 타이틀로 문을 연 종합투자계획 전용 홈페이지(jumpkorea.mofe.go.kr)는 '기획예산처 홈페이지를 방문하라'는 안내문만 남긴 채 소리소문없이 문을 닫았다. 김혜수·이관우·안재석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