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최고경영자(CEO)와 나란히 앉아 후배 신입사원 면접을 보고 점수를 매긴 입사 1년차 새내기 여직원이 있다.


주인공은 코리안리재보험 해상보험부의 허수진씨(30).그는 지난 16일부터 3일간 신입사원 면접시험장에 박종원 사장,김정대 상무,이경학 인사부장,정동현 노조위원장 등 7명의 회사 간부들과 함께 참석,130명의 서류전형 합격자들을 평가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같은 자리에서 질문을 받는 입장이었으나 올해엔 후배 선발을 위해 진지하게 질문을 던지는 입장이 된 것이다.


허씨는 지원자들에게 "고학력에 걸맞은 업무를 기대하고 입사할텐데 상사가 만약 복사나 커피 심부름 등 단순업무를 시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직장 내 남녀 차별대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여성 직원으로서 포부는 무엇이냐" 등의 질문을 던져 예비 후배들을 당혹케 했다.


서울대 외교학과,법과대학,국제대학원(법학 석사)을 졸업한 그는 지난해 입사해 해상 임의보험의 해외수재를 담당해왔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물건리스크 평가·요율산정 작업,네트워크를 활용한 담보력 확보 등에서 두드러진 실력을 나타내 벌써부터 촉망받는 인물로 점찍고 있을 정도다.


지난 8월 2박3일간의 덕유산 종주(37km)를 거뜬히 마치고 10월에 열린 추계 체육대회에선 50명의 여직원 중 오래달리기 1등을 차지할 만큼 캐릭터도 강한 커리어우먼이다.


면접을 마친 허씨는 "회사 장래를 결정지을 수 있다는 생각에 강한 책임감을 느꼈다"며 "인터뷰기술 훈련이 잘 돼 있는 지원자에게 눈길이 가긴 했지만 아무래도 학창시절 고민을 통해 성숙한 인생관을 가진 지원자,지원 회사에 대한 의지가 돋보이는 후배에게 역시 높은 평가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입사 1년차 허씨를 면접위원으로 기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낸 박종원 사장은 "인사는 만사이고,인재는 가장 큰 재산이므로 옥석을 가리는 게 점점 더 중요한 일이 되고 있다"며 "특히 신입사원들은 1년 전에 같은 자리에서 같은 고민을 하던 사람들이므로 오히려 지원자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